[데스크 칼럼] 그래서 중국을 어떻게 할 건가

2022-12-12 07:32

[사진=연합뉴스 ]


중국에서 대북 업무를 총괄하던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A씨가 귀국 후 보직 없이 대기 발령 중이다. 부임한 지 반년도 안 돼 돌아왔다. 

A씨가 쫓기듯 들어온 이유를 아무리 곱씹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 때 그 자리에 앉은 게 화근일까.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도, 이명박 정부 때도 수행해 온 업무는 비슷했다. 중국 정보당국과의 소통, 대북 동향 파악 및 필요 시 접촉 임무와 관련해서는 국정원 내에서도 손꼽힌다는 게 중평이다. 

그의 보직 해임 소식에 아까운 '중국통'을 잃었다는 지적 섞인 목소리가 많다. 

한편 A씨가 '모시던' 서울대 교수 출신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불통 이미지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격화하는 미·중 갈등, 한·중 간 경제 여건 악화까지 정 대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한둘 아니다.

해법 모색을 위해 각계의 조언을 경청해야 할 텐데 정 대사는 언론과 교민 사회의 목소리에 통 관심이 없다. 최근 베이징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다른 언론사 후배의 술회다.  

실제 지난 10월 주중 한국대사관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 때는 의원들이 정 대사를 향해 언론·교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정 대사의 대(對)언론 관계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가 미국의 시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연구해 온 탓에 은연중에 반중 정서가 드러난다거나,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돼 한국과 북한, 중국 사이의 조율사 역할을 맡기에는 부절적하다는 등의 우려에 비하면 말이다. 

A씨의 보직 해임, 정 대사 임명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미·중 2강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중국의 대북 지렛대 효과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윤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도나 동의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만난 또 다른 언론사의 선배 기자는 자청해서 출입 부처를 통일부에서 국방부로 바꿨다고 했다. 이 정부 동안에는 통일부에서 취잿거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동맹 강화를 천명한 만큼 한·미 간 공동 보조는 더욱 공고해질 터다.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국 편에 서겠다는 분명한 신호도 이미 수차례 발신했다. 

현명한 처사인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은 한국 기업에 '메이드 인 USA'를 강요하며 자국 이익을 살뜰히 챙기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윤석열 정부를 궁지로 모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에서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 쪽으로 지나치게 경도되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적자가 426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중 무역적자 확대가 직격탄이 됐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폐기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 와중에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방역 정책 완화에 나섰다.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기미인데 안미경중 노선을 쉽게 포기하는 게 맞나. 갈피를 잡기 어려울 속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묘함과 민감함이 어지럽게 뒤섞여 섣부른 행보가 곧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혼돈의 시기다. 단순함 혹은 무모함보다 전략적 실용주의가 절실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한국을 향한 미·중의 정치·경제적 압박이 구애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이 계속 맞부딪치는 한 양국 모두 한국을 함부로 대하기는 쉽지 않다. 

2018년 여름 한·중 주요 기업인과 전현직 정치인·관료들이 대거 참석한 '고위 기업인 대화'가 열렸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의 후폭풍이 극심하던 시절이라 다소 뜬금없어 보였다. 

중국 재계 인사를 통해 알아보니 최태원 SK 회장과 쩡페이옌(曾培炎) 전 국무원 부총리가 행사를 성사시킨 숨은 공신이었다. 10년 지기인 두 사람은 국가 간 관계가 엄혹한 때라도 민간 차원의 고위급 소통 창구는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설득 끝에 청와대와 중난하이(中南海·시 주석 등 공산당 최고위층의 거처)의 승낙도 얻어 냈다. 이후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은 불문가지. 아직 사드 상흔이 완전히 아문 건 아니지만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 중 하나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하다. 

무릇 기업 경영이든, 정치든, 외교든 이렇게 하는 것이다. 위험 요소를 걷어내고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길을 찾는 게 바른 이치. 윤석열 정부도 이내 그 길로 접어들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재호 디지털미디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