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中企 "납기 맞춰 일할 자유 달라"…주52시간제, 주→월 단위 개편 촉구

2022-12-05 16:11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업계 애로 사항을 들은 뒤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중소기업계가 최악의 인력난을 호소하며 이달 일몰을 앞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유지와 더불어 주52시간제 개편을 정부에 촉구했다. 중소기업인들 건의를 들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절실한 목소리를 관계 기관과 국회에 꼭 전달해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는 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 장관을 초청해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한 간절한 뜻을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주(週)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月)이나 분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관련 개편안을 검토 중이며 오는 13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기본 근로시간 40시간과 노사 합의를 통해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허용한다. 하지만 연장근로 단위를 일주일에서 1개월로 늘리면 한 주는 40시간만 일하고 다른 주는 64시간을 일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계는 기존 연장근로 단위가 일주일로 제한돼 집중적인 업무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개편을 촉구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업계 애로 사항을 들은 뒤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황인환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주52시간제는 업종과 현장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돼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은 늘어난 일감을 포기하고, 근로자들도 임금이 줄어 투잡을 뛴다”며 “노사 합의 시 월 단위로 연장 근로가 가능하게 제도를 손질해 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근로자 생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김포에서 박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재경 삼일기업 대표는 “박스는 제품 생산 마지막 단계에 투입되는 만큼 납기가 생명인데 주52시간제로 인해 근로시간이 감소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IT 벤처기업 딥비전스 강봉수 대표도 “국가과제 수행 시 마감일을 준수하기 위해 야간에도 실험하다 보니 주52시간제에 저촉되는 사례가 많다”고 호소했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 여건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박문석 데코페이브 대표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임금이 줄자 직원 6명이 퇴사했다”고 전했다. 강철규 컴윈스 인사부장도 “면접 때 구직자들이 잔업‧특근 여부를 묻는데, 주52시간제에 맞춰 일한다고 하면 ‘월급은 얼마 안 되겠다’며 연락이 두절된다”고 하소연했다.
 
한상웅 한신특수가공 대표는 “요즘 같은 경영난에 (주52시간을 못 맞춰) 내가 잡혀가더라도 납기를 맞춰야 한다고 직원들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효경 디엔비 대표는 “지식산업서비스 업종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제조업과 같이 납기에 맞춰 일할 수 없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때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동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기중앙회]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에 대한 건의도 빗발쳤다. 해당 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영세 기업에 대한 보완장치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주52시간제가 아직 산업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삼중고 위기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일몰을 폐지하고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계는 △외국 인력 사업장별 고용한도 확대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최소화 개편 등 노동 규제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기준을 징역 하한에서 상한으로 완화 등 노동 규제 완화를 다각도로 촉구했다.
 
이 장관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막기에 시간이 별로 없는 만큼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이번 주에 국회에 갖고 들어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주52시간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강하게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