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적자전환 한샘… 1등 가구기업서 사모펀드 수난기 '곤두박질'

2022-11-28 05:30
분기 영업손실 136억… 매출액 4773억으로 작년보다 10.9% 줄어
IMM PE 인수후 주가 약 61% 하락… 사옥 매각 추진도 지지부진

김진태 한샘 대표가 지난 9월 2일 서울 마포구 한샘 상암 사옥에서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열고 홈리모델링 대리점의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샘]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각종 악재에 수난을 겪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으로 가구 업계 전반이 부진한 건 마찬가지지만, 한샘의 경우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수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36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주력인 홈 리모델링 사업 부문과 홈퍼니싱(가구) 부문 매출액이 각각 25.1%, 16.3% 줄었다.
 
한샘 측은 주택 거래량 감소, 금리 인상 등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41만77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만8948건)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부동산소비심리지수도 지난해 8월 127.8에서 올해 8월 89.4로 감소했다.
 
한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임대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과 함께 디지털 전환(DT) 등 일회성 비용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며 “5대 시중은행 평균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7%를 넘어서는 등 거시적인 악영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지난해 7월만 해도 시장엔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 IMM PE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뒤 업황이 악화됐다. 올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가 더 올랐고, 주택 거래량 감소와 금리 인상 여파까지 겹쳤다.

 

[그래픽=아주경제 DB]



시장 침체에 회사 실적까지 악화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한샘 주가는 4만4800원으로 인수가(11만6500원) 대비 약 61% 하락했다. 한샘 주가는 IMM PE의 경영권 인수가 가시화된 지난해 7월 14일 14만9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IMM PE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IMM PE는 한샘뿐 아니라 에이블씨엔씨, 하나투어 등 상장사 포트폴리오 투자 성과가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대주단이 만기 전 대출금을 회수하는 EOD(기한이익상실)에 빠졌다.
 
이는 한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샘 대주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샘 EOD 가능성도 거론된다. IMM PE는 한샘 인수 당시 인수금융 8550억원을 조달하며 주식 담보인정비율(LTV) 75%를 넘지 않는 조건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가 폭락으로 이 조건을 맞추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샘이 사옥 매각에 나선 것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샘은 서울 상암 본사와 방배 사옥 등 부동산을 매각해 약 4000억원의 유동성 자산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샘은 이를 M&A 등 재투자에 쓰겠다는 계획이지만,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LTV를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난제는 부동산 매각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부동산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도 딜(거래)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내년까지는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매각가로 4000억원을 희망하는 한샘의 매매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