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미국에 양극재 공장 설립···북미 생산거점 확보·원료 공급망 다각화

2022-11-23 05:40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테네시로 불러들였다. 앞서 북미 지역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고 예고한 LG화학은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결과 미국 테네시주를 낙점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생산 주요 거점으로 국내 기업들 간 최대 격전지가 됐다.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 SK온과 북미 배터리 패권 경쟁을 할 전망이며, LG화학은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 SKC와 북미 배터리 소재 시장을 두고 자웅을 겨루게 됐다.
 
LG화학은 22일 미국 테네시주에 약 4조원(약 30만 달러)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양극재를 연간 12만t(톤) 규모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내년 초 착공해 2025년에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테네시 공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 공장 부지 선정에는 IRA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IRA는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를 사용해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국내 배터리 소재 구조를 보면 양극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코발트의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아시아에서 코발트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코발트만 별도로 국내에 수출하지 않고 양극재로 가공한 후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중국산 양극재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IRA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이 중국산 양극재를 쓴 배터리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테네시 공장 건설과 함께 광물 업체와 원자재 공급망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원료 확보부터 양극재 생산까지 미국에서 해결해 IRA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이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공급망 다각화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9일 호주 업체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흑연 역시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이다. 이에 앞서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Electra), 아발론(Avalon), 스노레이크(Snowlake)에서 황산코발트 7000t·수산화리튬 25만5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시그마리튬 리튬정광 69만t △미국 리튬 생산업체 컴파스 미네랄이 2025년부터 7년간 생산하는 탄산수산화리튬 중 40% △유럽 리튬 생산업체 독일 벌칸에너지 수산화리튬 4만5000t △호주 라이온타운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정광 70만t 등을 확보한 바 있다.

LG화학 외에 다른 전지 소재 기업들도 현지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접근성을 높이고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북미 지역 공장 건립에 나선 상태다.

포스코케미칼과 GM은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연산 3만t 규모인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캐나다 퀘벡주에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포드, SK온과 함께 퀘벡에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SK그룹 동박투자회사 SKC 역시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 생선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테네시 양극재 공장은 LG화학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차세대 전지소재 사업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전지 소재 시장과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이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설립 부지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