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빈 살만 방한 맞춰 '샤힌 프로젝트' 본격화···9조원 투입해 석유화학 확장

2022-11-17 15:48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맞춰 이사회 의결…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다각화

에쓰오일이 9조원 규모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6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샤힌 프로젝트 최종 투자결정을 의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2단계 석유화학 확장 프로젝트로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비전 2030’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 중 하나였지만 업황 부진으로 최종 투자결정이 올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최종 투자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투자 규모도 당초 거론됐던 7조원을 크게 웃도는 9조258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엄 아람코의 한국 내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아람코의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더불어 올해 정제마진 고공행진으로 인한 업황 개선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투자에 긍정적인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3.8% 늘어난 3조5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 상반기까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회사 부지에 스팀 크래커(혼합 원료 분해 설비) 등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에틸렌 기준 연산 180만t(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를 구축한다.

또 일 4만6000배럴 규모의 원유·잔사유 탈황·분해 설비(TC2C), 연산 132만t 규모의 폴리에틸렌 생산 설비도 도입한다.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 적용된 TC2C는 기존 정유공장 내 저부가가치 중유 제품들을 분해해 스팀 크래커 원료로 전환하는 공정을 담당한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는 연간 에틸렌 58만t, 프로필렌 77만t을 비롯해 최대 315만t 규모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비중은 생산물량 기준 12%에서 25% 수준으로 향상된다.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 건설 기간 중 하루 최대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조원 이상의 울산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과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샤힌 프로젝트가 석유화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왼쪽부터),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샤힌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에쓰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