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익성 사수 사활…'혜자 카드' 없애고, 혜택 줄인다

2022-11-17 16: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드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한 영향이 소비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실적 대비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혜자 카드’의 취급을 완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비용도 최소화하면서 ‘실적 사수’에 나서고 있다. 적어도 내년까진 자금 조달여건이 녹록지 않을 게 확실시돼, 혜택 축소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이달 말일부터 ‘아모레퍼시픽 카드’의 유효기간 갱신을 중단한다. 이 카드는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매장에서 5만원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10∼15% 할인 혜택을 제공해 혜자카드로 불렸다. 지난 2016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규 발급을 중단했지만, 그간 기간 갱신은 허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더는 ‘사용 유지’가 힘들어졌다.
 
‘KB 베브 파이브(BeV V)’ 카드 혜택도 축소된다. 기존에는 이 카드의 ‘호텔 무료 숙박’ 선택 범위에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2인 조식)’이 포함됐지만, 내달 1일부턴 불가능해진다. 같은 날부터 ‘중고차매매단지 상가임차보증금’ 담보대출 판매도 중단한다.

신한카드도 이달 말을 기점으로 ‘내 미래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 신용카드(심플 플래티넘)와 체크카드(S20, 카카오페이)가 모두 포함된다. 이 카드는 ‘잔돈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수요가 높았다. 편의점이나 약국, 커피, 빵집 등에서 2만원 이상 결제했을 때 건당 1000원 미만 잔돈을 할인해줬다.

현대카드는 게임에 특화된 ‘플레이스테이션-M’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정기 구독 서비스인 ‘PS 플러스(Plus)’ 첫 결제 시 최대 1만 8800원 캐시백을 제공했던 게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롯데카드는 ‘KT 프리미엄 슈퍼 할부’ 카드 발급을 중단한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을 충족하면 KT 통신요금을 월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까지 할인해줘 수요가 높았다. 내년 2월부턴 ‘안심 주차’ 서비스 제공도 종료한다. 이는 차량 문제로 개인 번호가 노출되는 게 꺼려지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조치다. 발신자가 주차카드에 1688 대표번호를 적어두면, 롯데카드가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월 이용요금도 900원으로 저렴해, 고객들의 호응이 컸다.

‘무이자 할부’ 혜택도 잇달아 줄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온라인 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 할부를 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도 현대자동차 구매 시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기존 12개월서 3개월로 대폭 축소했다. 가맹점 업종별로 최대 12개월까지 제공했던 무이자할부 혜택도 조기 종료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뛰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게 원인이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예·적금)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AA+ 등급의 여전채 금리는 5.86%까지 뛰었다. 연초(2.42%)보다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