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5년래 최저...고금리·규제에 내년에도 '대출 절벽'

2022-11-16 16:41
대출 성장률 2020년 11.6%서 내년 4%대로 '뚝'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사진=연합뉴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 성장세가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시대에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당분간 대출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고소득자 외에는 '대출 절벽'을 경험하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4%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대출 증가율인 6.9%보다 2%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치로,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 대출 증가율은 2019년 6.2%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 11.6%로 크게 증가한 후, 2021년 8.2%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대출 수요 감소,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내년에 가계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은 주택시장 침체, 주식 등 위험자산 부진 여파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증감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가계대출 감소 시 개인사업자 대출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일원화하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했으나, 대표적인 가계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대출 절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DSR는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총대출액이 1억원 이상인 차주는 DSR 40%(제1금융권 기준)를 적용받는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즉,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DSR가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받도록 한 장치여서 완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가계대출 감소와 반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내년에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채권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09년 6월 이후 10월 기준 가장 큰 증가세다.
 
대출 증가율 감소는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은행권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국내은행의 내년 순이자마진은 올해 대비 1.73% 상승하는 데 그치고, 당기순이익 또한 올해 18조1000억원(예상)에서 내년에 18조5000억원으로 정체되는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가계대출 역성장까지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내년에 가계대출 시장 포화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가계대출 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기업금융, ESG 연계 금융, 개인사업자 대출 등 대출군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