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도 백신·치료제 수요 '뚝'....바이오업계 '한숨'

2022-11-14 11:33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수요 정체에 고심하고 있다. 7차 유행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과 치료제 처방이 저조하다. 백신 상당수가 폐기되고 치료제 개발사들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선 접종 대상자인 만 60세 이상 고령층 10명 가운데 9명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겨냥한 ‘2가 백신(개량 백신)’ 미접종자다. 60세 이상 전체 백신 접종률도 9.3%에 그쳤다.
 
기초 접종 기준 전체 백신 접종률은 지난 8월 87% 대에 도달한 뒤 석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3차 접종률도 66%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접종률 저하로 보유 백신 물량을 폐기하고 있다. 정부가 선구매한 백신 물량은 2억6084만 도즈(1회 접종분)인데 지난달 말 기준 50.2%만 소진됐다. 특히 노바백스는 도입 물량 중 2%만 접종한 후 폐기할 상황이다. 이미 폐기된 백신 물량도 8월 기준 49만3000바이알(병)에 달한다.
 
폐기율은 화이자 백신이 25만8000바이알로 가장 많았다. 모더나 19만7000바이알, 아스트라제네카 2만6000바이알, 얀센 9000바이알 순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143만6000명분(프리필드시린지)을 폐기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의 국내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정부가 1000만명분을 선계약했지만 지난 10월 18일까지 1529명이 접종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스카이코비원 백신 접종 범위를 1·2차 기초 접종에서 3·4차 추가 접종까지 확대했지만 수요 증가는 없었다. SK바사는 해외로 판로를 넓히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WHO(국제보건기구) 등 해외 승인이 늦어지고 있어 이마저도 답보 상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연구원이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치료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사실상 감기약에 밀렸다는 평가다. 지난달까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처방은 화이자 팍스로비드 57만9941명, MSD 라게브리오 9만6382명에 그쳤다.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가 공동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조코바)의 성공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양사는 지난 9월 28일 조코바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임상증상 개선)를 만족시키고 국내외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조코바가 기존 먹는 치료제보다 범용성이 높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수요가 미미한 이유는 경증환자가 대부분인 국내 상황에서 감기약이 이를 대체해서다 지난 3월 재유행 당시 방역당국이 경증환자에게 감기약 처방을 권고했고 다수가 증상 완화를 경험했다.
 
실제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백신혁신센터 천병철 교수팀이 지난 9월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1500명 중 동절기 접종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접종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30.5%로 10명 중 3명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도입된 개량 백신은 총 2164만회분으로 1순위 접종 대상인 고령층 1374만3932명이 모두 맞고도 남을 물량이지만 얼마나 소진될지 의문"이라며 "향후 추가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14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3765명으로 집계됐다. 재원 중 위중증환자와 사망자도 한 달 전보다 각각 1.6배,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변이는 치명률이 낮지만 전파력이 역대급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