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조원 규모인 윤석열 정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 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이미 지난주 각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둘러싼 충돌이 줄곧 벌어진 가운데 17일부터 시작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충돌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윤석열표 예산’에 대해 대대적 칼질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수적 열세를 타개하기 위해 민주당 공세를 ‘야당의 정쟁화’로 규정하고 팩트 체크에 주력해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원안 사수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여야가 마찰을 빚고 있는 최대 쟁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 대통령 공약 이행 관련 예산이다. 지난 7일 국회 외통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산소위)는 외교부가 과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 마련을 위해 편성한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21억7000만원)이 꼼수 예산이라는 민주당 측 지적에 따라 전액 삭감했다.
 
또 지난 9일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 단독으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59억5000만원)이 모두 깎였다.
 
민주당은 △기재위 소관 영빈관 신축 관련 예산(497억원) △운영위 소관 대통령실 이전 관리 예산 중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 예산(29억6000만원)·국가 사이버안전관리센터 구축 예산(20억원) △국토위 소관 용산공원 개방 및 조성 사업을 위한 예산(286억원) △법사위 소관 검찰청 4대 범죄 수사 예산(44억1000만원) 등에 대한 칼질도 예고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오는 17일 시작되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앞서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최대한 복구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야당 측 공세를 가짜뉴스, 예산의 정쟁화로 규정하고 팩트 체크를 통한 반박과 함께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중시하는 지역 화폐 발행 지원 예산(7050억원) 증액 등에 정부 협조가 필요한 만큼 예결위에서 극적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을 두고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어 12월 2일까지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