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경영진, 100억 달러 규모 고객 자금 유용 이미 알고 있었어 - WSJ

2022-11-13 16:53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 제2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FTX 경영진이 고객 자금 유용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FTX 관계사인 암호화폐 트레이딩업체 알라메다리서치(이하 알라메다) CEO와 고위 임원들은 FTX가 알라메다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거액의 고객 자금을 유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알라메다 CEO인 캐롤라인 엘리슨은 지난 9일(홍콩 시간) 알라메다 직원들과 화상 회의를 하면서 FTX 창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와 다른 FTX 임원 2명이 FTX의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로 송금한 결정을 알고 있었다며 이는 알라메다의 채무 상환을 위한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알라메다는 유용 자금을 다른 가상화폐 투자와 곤경에 빠진 가상화폐 기업 구제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주 투자자 회의에서 알라메다가 FTX에 진 채무 규모가 약 100억 달러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FTX가 보유한 고객 자산 규모가 약 16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보유 고객 자산 중 절반 이상을 알라메다를 위해 유용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알라메다는 FTX 외에 다른 금융 기관들에도 약 15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를 갖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는 이번 FTX와 같은 거래소들은 고객 자금으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며 "거래소는 그 (고객) 자산들로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된다. 그 자산들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과 같이 담보 자산 가치가 하루 사이에도 급변할 수 있는 고위험 시장에서는 고객 예치 자금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서 제기한 FTX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의문점으로 시작된 FTX 사태는 지난 7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립자인 자오창펑이 보유하고 있는 5억 달러 규모 FTT(FTX 자체 발행 가상화폐)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언급한 가운데 FTT 가치가 하루 새 80%나 급락하며 우려가 촉발됐다. 

이는 곧 투자자의 자금 인출 사태로 이어지면서 3일 새 60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후 FTX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에 인수 전망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10일 바이낸스의 인수 의사 철회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FTT는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챕터11(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한때 세계 제2위에 빛났던 가상화폐 거래소는 막을 내리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는 파산 신청 직전 일 기준으로 유동 자산은 9억 달러(약 1조1800억원)였던 반면 채무는 9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채무 규모가 유동 자산 대비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FTX 파산 사태와 함께 고객 자금 유용 등 연이어 드러나는 도덕적 해이 행태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론적으로 FTX와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지만 알라메다는 수익 창출을 위해 변동성을 활용한 여러 투자 기법들을 사용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함께 내부 단속에도 실패한 모습이다.

DACFP(금융전문가들의디지털자산위원회)의 릭 에델만은 배런스에 "가상화폐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은 더욱 회의적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잘못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