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환율이 이제는 리스크… 서학개미 환헤지 'H'를 주목하라

2022-11-14 06:00
美 급등장 올라타고도 수익 '쥐꼬리'
S&P500·나스닥 투자땐 환손실 주의
환헤지 ETF 상품명 뒤 대부분 'H' 붙어
연준 기조변화+차이나런 지속 가능성
"국내 자금 유입땐 1200원대 시간문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면서 서학개미들이 환율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서프라이즈로 미국 증시가 급등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헤지가 까다로운 개별 주식 투자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환헤지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11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9일 1만353.18이었던 나스닥 지수는 11일 1만1323.33으로 거래를 마치며 970.15포인트(9.37%)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도 3748.57에서 3992.93으로 244.36포인트(6.52%) 상승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치솟고 있는 뉴욕 증시와 달리 원·달러 환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종가 기준으로 연초 1193.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4일 1442원으로 248.5원(20.82%) 치솟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날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11일에는 131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5거래일 새 123원(8.53%) 급락한 것이다.

환율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주가 변동과 무관하게 환차익이나 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기준으로 연초 종가(182.01달러)에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고 가정할 때 10월 24일 종가(149.45달러) 기준 표면적인 수익률은 -17.89%(-32.56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환율 변동을 적용하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21만7228원에서 21만5506원으로 -0.79%(-1722원)에 불과하다. 주가는 하락세였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10~11일 뉴욕 증시 강세가 글로벌 달러 약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기조 전환 기대감으로 인해 증시는 상승하지만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와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월 말 111.53에서 11일 106.29로 5.24포인트(4.70%) 하락했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들이 주가 하락에도 환율 상승으로 환차익을 누렸던 것과 반대로 달러 약세로 인해 증시 상승에도 환손실로 수익률이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조 변화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차이나런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며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며 "차이나런으로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기조가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11월 11일 S&P500·나스닥100 추종 ETF 상승률 현황 [출처=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헤지 ETF 투자를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헤지 ETF는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원화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환율 변동을 배제하고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구성된다. 통상 상품명 뒤에 '(H)' 표시가 붙는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S&P500 지수 추종 ETF 가운데 환헤지로 운용되는 상품은 총 3개다. 현물을 추종하는 ETF는 'ARIRANG 미국S&P500(H)'가 유일하고 선물 투자 상품으로는 'KODEX 미국S&P500선물(H)'과 'TIGER 미국S&P500선물(H)' 등이 상장돼 있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환헤지 상품은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이 유일하다.

환헤지 ETF의 강점은 지난 11일에도 명확하게 관찰됐다. S&P500을 추종하는 ETF 가운데 환헤지형은 5.88~6.32%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환노출형은 0.51~2.74%에 그쳤다. 나스닥 역시 환헤지형은 7.78%를 달성했지만 환노출형은 3.23~3.47%에 그쳤다. 

윤준길 한화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해외 투자 ETF 상품을 선택할 때에는 환헤지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미국 주식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ARIRANG S&P500(H) 같은 환헤지 상품을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