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집이 9억 됐다…강남4구 통하던 강동구민들 "믿을 수 없어"

2022-11-10 06:00
"영끌족 몰렸던 강남 외곽 신축 아파트 하락세 두드러져"
"9억원 거래는 '직거래', 정상거래 아닐 것"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단지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11억원대도 한참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9억원에 팔렸다고요? 정상거래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강동구 거주 A씨)
 
이른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로 꼽히며 인기를 끌던 강동구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강동구 대장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에서도 수억원 하락한 급매가 속출하는 등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73㎡는 9억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거래된 같은 면적대 최고가 16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55% 수준으로 7억6000만원이나 빠진 셈이다. 지난달 이뤄진 직전 거래 11억8500만원과 비교해도 2억8500만원이 떨어졌다.
 
강동구 내 다른 단지들도 하락거래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면적 전용 59㎡는 지난달 8일 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신고가인 지난해 2월 14억1000만원과 비교할 때 4억6000만(32.6%)원 하락한 수준이다.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 또한 지난달 8억8000만원에 매매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5월 11억3000만원 대비 2억5000만원, 최고가 거래였던 지난해 2월 12억2000만원보다는 3억4000만원 낮아졌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집단은 20·30세대 등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온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이라며 “구축보다는 신축 위주로, 강남 중심부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강동구 등 외곽으로 투자가 많았는데, 최근 금리인상 등 여파를 받으며 급매를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끌족 등이 몰리며 급등했던 만큼 강하게 조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동구의 하락세는 두드러지는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34% 떨어졌다. 2012년 6월 둘째주(-0.36%)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빠졌는데, 특히 강동구는 평균 이상인 0.45% 내려 서울 지역 하락세를 이끌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강동구의 하락세를 인정하면서도 9억원에 팔린 고덕그라시움 전용 73㎡ 매매거래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거래는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해당 거래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로 가족 간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
 
고덕동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근처 상급지인 송파구 등이 조정을 받으면서 연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대단지다 보니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고덕그라시움 전용 73㎡는 10억원 후반에서 11억원 초반 정도라면 초급매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해당 면적대가 9억원에 거래가 됐으면 중개업자들 사이 소문이 크게 날 텐데, 그런 소문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평균적인 호가는 13억원 정도로 보면 된다”며 “해당 거래는 매매를 가장한 증여 등 정상거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