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 한국 작곡가… 윤이상의 '심청'

2022-11-03 15:54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현대음악의 만남
1999년 한국 초연 이후 역사적인 21세기 초연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오페라 ‘심청’ 무대디자인 이미지이며, 한국에서는 1999년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20여 년 만인 21세기 초연이다.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으로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화려하게 마무리하며, 한국에서는 1999년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20여년 만인 21세기 초연이다.
 
작곡가 윤이상은 '동·서양 음악의 중개자'로 세계 현대음악사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동양의 정신이 충만한 독특한 색채의 선율로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유럽의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5년에는 독일 자브뤼켄 방송은 그를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전통의 양식과 색채, 기법을 차용하여 서양 악기로 자연스럽게 묘사하는데 특화되어 있었으며, 이런 방식들은 그에게 ‘동양사상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음악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작곡가’라는 평가를 안겨주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심청 설화’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대본은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서 영감을 받아 독일어로 작성했다.
 
당시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의 주제는 ‘인류의 화합’이었으며, 처음부터 ‘심청’은 동서양 문화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작품이었다. 오페라 ‘심청’은 초연 당시 ‘동양의 신비한 정신세계를 심오한 음향과 정밀한 설계로써 표현해 냈다’는 호평으로 대성공을 거두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은 심청의 ‘효심’을 중심으로 했던 설화와는 달리 심봉사로 대표되는 눈먼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고 눈을 뜨게 만드는 깨달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온 나라의 병들고 소외된 자들이 구원받게 되는 마지막 장면으로 공동체를 강조하는 등 약간의 각색이 더해졌다.
 
최고 난이도의 음악적 표현으로 성악가들에게 높은 역량과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작품답게 대한민국 정상급 성악진들이 오페라 ‘심청’을 위해 모였다. 가장 먼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주인공 ‘심청’역에는 영남대학교 교수 소프라노 김정아와 국내외 오페라 전문연주자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윤정난이, 학문에만 오래 집착해 눈이 멀게 된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역에는 대경오페라단 단장 바리톤 제상철과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베이스 바리톤 김병길이, 심봉사 주변을 맴돌며 그를 부추기는 ‘뺑덕’역에는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최승현과 스페인 리세우 오페라극장 단원을 역임한 메조소프라노 백민아가 노래할 예정이다.
 
심청을 다시 지상의 세계로 환생시키는 심청의 어머니 ‘옥진’역은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 수상자 음악회에 데뷔한 소프라노 강수연과 불가리아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정선경이 맡았다. 그 외에도 많은 역할에 국내외에서 오페라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수준급 성악가들이 참여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연주단체로는 오페라 전문 연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합창단 대구오페라콰이어와 벨레커뮤니티코러스가 함께한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무대 연출을 통해 천상의 세계, 지상의 세계, 물속의 세계로 대표되는 공간이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다면적 공간 활용과 특수 영상으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이 다채롭게 표현될 예정이며, 특별히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고 환생하는 물속 세계와 심청이 다시 부활하여 연꽃으로 표현되는 장면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심청’의 지휘봉을 잡게 된 최승한 지휘자는 KBS 교향악단과 서울시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인천시향, 노스캐롤라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필하모닉 등 유수 연주단체들과의 작품 활동으로 명성이 높은 대한민국 대표 지휘자다.
 
1999년 초연 당시 공연을 지휘했던 그는 “심청의 음악적 뿌리는 한국음악에 있다"라며 "노래는 시조창을 기반으로 하고 한국 악기의 떨림(농염)들을 서양악기인 오케스트라 주법으로 풀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공연 중간에 잠시 눈을 감고 내용을 상상하며 음악을 들으면 더욱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오페라 공연을 한층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해외극장과 지속적인 상호교류의 기반을 마련해 중장기적인 공연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공연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자체 제작한 이번 ‘심청’ 프로덕션은 향후 해외극장 간 공연 교류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상호 초청 교류가 확정된 국가로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이상 2024년)이 있으며, 2026년에는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 ‘심청’의 입장권은 1만원에서 10만원까지로 다양하다. 공식 홈페이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10%에서 50%까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