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기업들 몸살

2022-11-02 18:15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의사 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도 요동치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달 평균 배럴당 91.16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중 가격이 가장 높았던 2분기 평균(108.25달러)보다 18.7% 낮은 금액이다. 지난 2분기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4분기(배럴당 평균 78.29달러)와 비교했을 때 38.3% 상승했는데 다시 18.7% 하락한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도 지난달 MMBtu당 평균 6.3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5월 8.15달러로 1차 고점을 찍은 뒤 6월 5.42달러, 8월 9.13달러 등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금은 고점 대비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금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계절적 요인으로 기름·가스 등 난방을 위한 에너지 수요가 상승하고 그에 따라 가격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정유·화학·발전 등 산업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유가 급등락이 회계상 왜곡을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다. 재고평가손익 규모가 커지면서 실제 기업이 처한 상황과 보이는 숫자가 다르다 보니 정확한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SK에너지 석유 사업부문의 재고자산 중 원재료 가치는 지난해 말 7844억원이었으나 이 수치는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올해 2분기 말 1조1493억원으로 4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가 재고로 쌓아둔 원재료도 1조889억원에서 1조49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유업계에서는 4분기 들어 떨어진 정제마진(배럴당 2~3달러)이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정제마진에 더해 유가 급락으로 재고자산 중 원재료 가치가 수천억원 낮아지면 회계상 왜곡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로 고객사가 관망세로 돌아선다는 점도 문제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변동이 크면 고객사 수요가 불안정해지면서 실적 등을 예상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원료를 사가는 기업은 유가가 점진적으로 오르면 수요를 늘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예측 자체가 부정확해지다 보니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게 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별도재무제표상 재고자산이 지난해 3조2616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조5900억원으로 10.1% 늘었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각각 2조7930억원, 7803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이 올해 2분기 3조1232억원, 9289억원으로 각각 11.9%, 19.0% 증가했다.

천연가스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발전업계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단기계약을 적절히 섞어 가격 변동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장기계약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을 전망해 공급사와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천연가스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우면 20~30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비싸게 체결할 위험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처럼 변동성이 크더라도 관련 기업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기업들이 에너지 가격에 단기적으로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세계 경제나 상황에 따라서 에너지 가격이 조정을 받고는 있지만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 높은 게 전반적인 추세다. 호흡을 길게 잡고 사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