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떨린다"

2022-11-02 09:46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인근에서 소리치며 시민들의 통행을 정리했던 한 경찰관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31)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단순 시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참사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경사는 "참사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이었던 지난달 29일 밤 10시에서 10시 10분 사이 나와 같은 조를 이루고 있는 후배 경찰 2명과 단순 시비 신고를 받고 출동을 나갔는데 그 신고 발생지가 마침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현장에 출동하고 있던 도중 대로변에서 사고 발생지인 해밀톤호텔 골목길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사고 발생지 쪽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계속 비명이 들렸고,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아 무슨 일이 발생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기 때문에 큰일이 발생한 것 같아 나와 후배 경찰 2명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니 인파에 깔린 사람들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달라'며 외쳤고 이미 다른 시민들이 구조 활동을 하고 계셨다"라고 덧붙였다.

김 경사는 "이미 구조활동을 하고 계시던 시민분들을 따라 '구해달라'고 외치는 시민들의 손을 붙잡고 끄집어내려 했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 깔려있어 역부족이었다"라며 "이게 해밀톤호텔 뒷골목 쪽에서 사람들이 계속 아래로 밀려오다 보니까 (중간 지점) 사고 현장에 계속 압력이 가해져 사람을 빼내는 데 더욱 힘이 들어, 나와 같이 있던 다른 경찰관들은 해밀톤호텔 뒤쪽 골목길로 달려갔다"라고 말했다.

또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사람들이 저희 (경찰) 말을 안 들었다고 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요청하는 위치로 이동을 해주셨다. 그래서 빨리 사고 현장 뒤편에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됐던 것 같다. (사고 현장) 중간에 계셨던 분들은 대부분 이미 사망을 하셨는지 호흡을 안 하고 계셨다. 그럼에도 저와 함께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은 계속 구조 활동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방, 경찰, 시민 등 많은 분들이 구조 활동을 응해주셨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진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지 않았냐. 내가 판단을 조금 더 빨리했으면, 좀 더 다른 방안으로 조치를 잘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한 게 너무 한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고 이후 근황을 묻는 말에는 "지금 누우면 자꾸 그때 돌아가셨던 분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죄송하고 무섭고 마음이 떨린다"라며 "그때 내가 더 현명한 판단을 했었다면, 정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자꾸 후회가 들더라. 아내가 내가 힘든 걸 알고는 옆에서 계속 다독여주고, 가족들도 계속 제가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전화를 해 주셔서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일 오후 11시 기준 사망자 156명 중 내국인은 130명, 외국인은 26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