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대법, 직접공정 이어 간접공정도 '직접 고용' 인정...'사외하청'은

2022-10-27 16:20
대법원 "광범위한 공정에 관해 이뤄진 최초의 대법원 판결"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에서 '간접공정'을 담당한 사내 하청 노동자 400여 명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이들을 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직접 생산공정에 이어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을 인정받은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사외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사내 하청 노동자 430명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대차 관련 4건(원고 159명), 기아차 관련 2건(원고 271명)에 대해 이날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승소한 노동자들은 사측에서 직고용됐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원(현대차 57억원, 기아차 50억원)을 지급받게 됐다.

이 사건 원고인 노동자들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도장, 의장, 생산관리, 수출방청 등 간접공정 업무를 수행했다.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가 사내 협력업체와 맺은 계약이 실질적인 파견계약에 해당하는 만큼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일했을 때 직접고용 의무를 져야 한다며 2010년부터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파견 노동자 고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사업주(원청)에 직접 고용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원청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지 여부와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등 컨베이어벨트 라인에서 일하는 ‘직접공정’ 외 소재와 범퍼 제작, 생산관리, 출고‧포장 등 ‘간접공정’ 업무를 한 노동자들도 파견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현대‧기아차와 사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는 점 △생산 결과가 직접공정과 간접공정 중 누구의 작업물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사측이 사내 하청 노동자 업무 내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에 관여하고, 사내 하청업체 조직이나 경영에 관한 사항까지 결정했다고 보는 등 하청에 대한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간접공정을 담당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고 임금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차 직접공정에서 일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는데 이날 판결로 그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놓고 광범위한 전반적인 공정에 관해 이뤄진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법조계는 직접고용에 이어 간접공정까지 대법원에서 사측이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데 대해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사외 하청' 노동자들도 불법 파견인지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날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외부 협력업체가 지게차를 보유하고 지게차가 현대자동차 공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자재를 내려주는 등 생산관리와 같은 간접공정까지 대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직접 생산 공정에 이어 거의 모든 공정에 걸쳐 불법 파견이 인정된 데 대한 의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모비스 사건이 있다. 외부에서 수출할 부품을 포장하기 전에 샘플 검사를 하는 분들인데 모비스 사업장 밖에 있는 분들"이라며 "1‧2심은 사외 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 파견을 인정했는데, 근로자 파견이 어디까지 인정되는 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