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리틀보이'를 생각한다

2022-10-25 17:11

[사진=연합뉴스]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감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바뀌었다. 국제 사회의 핵무기 도발 우려를 사는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사용 우려를 제기했다. 이른바 '더티밤'이라고 불리는 핵무기 사용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적반하장'식 행보를 보이자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주장을 즉각 "거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우크라이나도 이를 반박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하고 으름장을 놓던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며 외신은 무서운 분석을 내놓았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법 병합한 우크라이나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보며 이 지역에서의 공격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려 한다. 러시아의 영토가 공격당했으니 방어를 명분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그동안 사용한 어휘를 보면 이 같은 분석은 힘을 얻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작전'이라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보복 명분을 쌓기 위함이다. 

인류 역사에서 핵무기는 단 한번 사용됐다. 일본을 향한 미국의 공격이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폭탄 리틀보이와 나가시키에 떨어진 플루토늄 폭탄 팻맨이다. 두 도시에서만 최대 22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원폭 투하의 직간접 영향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구로구(19만명) 인구보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핵무기가 다른 어떤 재래식 무기보다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방대한 피해 범위와 영속적인 피해 기간 때문이다. 특히 민간인의 피해를 막을 수가 없다. 살상 규모를 줄인다는 전술핵이나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다는 '더티밤'도 이는 다르지 않다.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전쟁 범죄'이자 '학살'이다. 핵무기 사용은 이를 역행한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시 한번 리틀보이를 생각한다. 리틀보이에 희생된 영혼을 헤아려 본다. 핵무기 사용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