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점 못 찾는 '마포 소각장'···오세훈, 민간소각장 활용 않고 "입지변경 불가"

2022-10-26 05:50
서울 생활폐기물 수용해도 16만t 여유
열병합발전소 등 대안에도 갈등만 키워

서울시 마포구에 하루 1000t 규모 신규 소각장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시와 주민들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폐기물 업계에서는 이미 수도권 민간 소각장들이 연 50만t(톤) 이상 폐기물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서울시가 대안을 찾기보다는 주민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폐기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소각장 27개 업체가 허가받은 연간 처리 능력은 94만t에 달한다. 현재 이들 소각장 가동률은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민간 소각장의 폐기물 최대 처리능력인 130%를 적용하고, ‘불연물 사전 분리제도’ 도입으로 연 50만3000t의 폐기물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기준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서울시 생활폐기물 34만t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매립지로 향하는 서울시 전체 생활폐기물을 전부 수용하더라도 16만t 정도 여유가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 주민들이 소각장 추가 설립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이유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때문이다. 202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로 인해 그동안 땅에 묻어왔던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이 필요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이미 하루 750t 용량의 소각장이 있는 마포에 1000t 규모 소각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소각장 인근은 악취, 탄소 배출 등으로 인해 사실상 거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마포구 인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포구 내 시민단체는 소각장 반대 서명 2만여 건을 시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입지선정위원회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시의 완강한 태도에 현 매립지 사용 연장, 열병합발전소 설립 등 대안도 제시됐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창현 수도권매립관리공사 사장은 "수도권매립지에 열병합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 수도권 지역 지자체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2026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 대란을 막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대안은 소각장 설립과 비교해 더 큰 비용이 투입되며, 주민 불편이 소각장 신설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해서는 환경 개선 차원에서 추진되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계획을 무력화하는 발상이라며 야당 측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민간 소각장을 이용한다는 대안은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신규 설비 투자나 주민 반대라는 리스크가 없음에도 서울시가 기존 설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면 현재 문제가 되는 매립지 종료, 주민반대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민간 소각장 사용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서울시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안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상암동 신규 소각장 건립지 선정에 반대하는 마포구 주민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상암동 후보지 선정 철회를 촉구하며 주민공람의견서 2만여 부를 쌓아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