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민 2000여명 '쓰레기 소각장' 불복 소송...골머리 앓는 지자체

2023-11-20 14:33
기존 소각장 포화·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점 다가와
신규 소각장 마련 시급한데...주민 반발 거세

마포소각장 추가신설 백지화 투쟁본부가 20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울시 신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선정 결정 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백소희 기자]


마포구 주민들이 서울시 신규 쓰레기 소각장 입지 선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점이 다가오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포화 상태인 기존 소각장을 대체할 신규 소각장을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각장 입지 선정에 반발하는 주민들과 서울시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마포구민 2000여 명 "소각장 입지 선정 과정은 엉터리···적법 절차 어겨"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이하 본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구 주민 등 2000여 명이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8월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를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옆 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본부는 서울시가 입지 선정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폐기물시설촉진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성은경 투쟁본부 위원장은 "뒤늦게 공개된 입지 타당성 조사보고서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엉터리"라며 "마포구로 위치 선정을 해 놓은 채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로, 객관적 기준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시는 주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입지선정 관련 대부분 자료를 비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매립지로 인해 주민 기본권이 침해된다고도 주장했다. 주민 측을 대리하는 신동환 변호사(법무법인 창천)는 "행정상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이 정한 절차에 위반되는 행정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영훈 변호사(법무법인 창천)는 "다른 지역에 신규 소각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적법 절차로 선정했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2030년부터 전국 확대···신규 소각지 마련에 지자체 '골머리'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전까지 신규 소각장을 마련해야 하는 다른 지자체들 역시 주민 반발에 직면해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당시 수도권 주민들이 사용하는 인천 쓰레기 매립지에 포화 상태가 다가오자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와 인천시는 ‘4자 협의체’를 만들고 대체매립지를 모색했다.
 
그러나 2021년까지 신규 매립지에 공모한 지방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환경부는 기존 매립지 사용 기한을 늘리는 한편 2026년부터 수도권은 소각이나 선별 없이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어 수도권 지자체 10곳에 2025년 12월까지 자체 소각장을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설치하지 않으면 다른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데 국고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입지 선정조차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신규 소각장 입지 선정은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세종시 역시 신규 매립지 선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세종시에 하나뿐인 소각장은 포화치를 이미 넘어섰고 매년 100억여 원을 들여 타 지역 민간 업체에 처리를 맡기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7월 폐기물 처리 시설(가칭 ‘친환경 종합타운’) 입지를 전동면 송성리 639 등 10개 필지(총 면적 6만3461㎡)로 고시했다. 6년 이상 이어진 주민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 소각장 입지를 체육시설, 공원, 전망대와 같은 편익시설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전동면에서 시작된 반발은 북부권으로 확대된 상태였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030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자체 소각장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세종시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는 세종시를 상대로 "친환경 종합타운 결정·고시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세종시 사례를 언급하며 "소각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법적으로 맞지 않는데도 행정기관이 꼼수를 부리는 일은 민주사회에서 없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쓰레기 매립지 포화와 직매립 금지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신규 소각장 마련이 시급하지만 주민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지자체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