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지섭 "'자백', 27년 만에 찾은 낯선 내 모습"
2022-10-25 00:01
"연기를 해온 지 27년 정도 되었어요. 스스로는 새로운 모습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좋은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을 만나 다른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은 배우 소지섭의 새 얼굴을 찾아준 작품이다.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그는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 '유민호' 역으로 관객들에게 낯선 모습을 드러낸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업가 '유민호'는 하루아침에 내연녀 '김세희'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 '유민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사건의 모든 정황 증거가 그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다. 최악의 상황 속 '유민호'는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를 만나게 된다.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담백하고 쿨하게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소지섭은 처음 '유민호' 캐릭터를 만난 뒤, 대사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지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유민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전체 리딩을 하기 전 감독님과 두어 차례 따로 만났어요. '유민호'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불필요한 대사들을) 걷어내기 시작했죠. '이런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고 '유민호'가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영화 '자백'은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흩어져있다. 인물들의 진술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지섭은 "어렵게 느껴지거나 헷갈리는 장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윤종석 감독님께서 오래 준비한 작품이기 때문에 잘 정리되어있었죠. 촬영도 이야기 흐름대로, 시퀀스 위주로 촬영해서 감정적으로 헷갈리거나 어렵게 느껴졌던 건 없었어요."
같은 상황을 진술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연기하는 것에 관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마치 1인 2역을 연기하는 듯했다.
"쉽지는 않았어요. 결국 속고, 속이고,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의 싸움이었는데요. 촬영마다 (시나리오에 쓰인 것처럼) 상황에 맞게 진실하게 연기했어요."
장면마다 복선을 깔고, 디테일하게 흔적을 남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캐릭터나 연기에 관해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윤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이렇게까지 (감독님께) 물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유민호'의 감정 연기와 완급 조절에 관해서도 말했다. 진술마다 달라지는 '유민호'의 성격,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낸 그는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혼자 한 부분은 많이 없고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감정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특히 관객들이 '유민호'의 속내를 읽을 수 없어야 하니까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달릴 수 없었어요. 감정 조절이 쉽지 않더라고요. 어느 부분을 강하게 하고, 어느 부분을 약하게 만드는지 고민되었어요. 촬영 전 감독님과 '정답을 모르겠으니 다양하게 찍어보자'고 해서 (한 장면을) 적게는 두 세 가지 버전으로 찍었어요."
'유민호'와 '양신애'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하게 맞선다. 두 인물의 살벌한 기 싸움은 영화 초반 관객들이 극에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캐릭터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김윤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요.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한 거죠. 힘든 장면이 지나간 뒤, 김윤진 선배님께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캐릭터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소지섭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윤진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윤진이 있었기 때문에 '유민호'의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함께 연기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리딩하고 동선을 짜는데 1시간 50분 분량의 대사들을 줄줄 꿰고 계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날 찍을 분량들까지만 준비하는 편인데 선배님께서는 모든 분량을 익히고 계신 거예요. 동료 배우 입장에서 (김윤진을 볼 때) '똑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대로 가다가는 '양신애'에게 밀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선배님께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그는 '유민호'의 내연녀 '김세희' 역을 맡은 배우 나나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 나나 씨는 연기하는 자신에 관해 자신감이 없었어요. 하지만 정작 상대 배우인 저는 전혀 (나나의 모자람을) 느끼지 못했죠. 눈이 정말 매력적인 배우예요. 연기할 때면 (나나에게) 빠져들곤 했죠. 감독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디렉션을 주시면 자기화하더라고요. 센스 있고 스마트한 배우예요. 지금은 더욱 잘하고 있더라고요."
영화 '자백'은 N차 관람하기 좋은 작품이다. 여러 차례 보았을 때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들을 찾을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보시면 줄거리나 상황을 따라가실 텐데요 만약 N차 관람하신다면 소품이나 장소에도 힌트가 있으니 그런 점들을 추리하며 보신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요? 또 '유민호'의 클로즈업을 보실 때 표정을 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배우 데뷔 27년 차. 소지섭은 배우로서 연기에 관해 많은 고민 중이다.
"연기에 관한 고민이 지금이 참 많은 시기인 거 같아요. 아마 배우를 하는 동안 내내 (고민을) 하겠지만요. 오래 연기를 하다 보니 주변의 많은 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몰입할 때는 좋지 않은 거 같아요. 너무 많은 게 보이니까 조금 호흡이 깨지는 느낌도 들어서요."
어린 시절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 1996년 MBC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모델'(1997), '미우나 고우나'(1998), '당신 때문에'(2000) '맛있는 청혼'(2001), '천년지애'(2003) 등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기점으로 연기가 정말 재밌어졌어요. 지금은 (연기가) 정말 좋은데, 동시에 정말 힘들어요.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매번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 역할만 할 수 없잖아요. 새로운 내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고민이 크죠. 대중이 궁금한 게 없는 배우가 되면 안 되잖아요."
영화 '자백' 시사회 이후 소지섭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그의 낯선 얼굴을 발견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저 역시도 '아,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 놀랐어요. 그런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은 배우 소지섭의 새 얼굴을 찾아준 작품이다.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그는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 '유민호' 역으로 관객들에게 낯선 모습을 드러낸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업가 '유민호'는 하루아침에 내연녀 '김세희'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 '유민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사건의 모든 정황 증거가 그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다. 최악의 상황 속 '유민호'는 승률 최고의 변호사 '양신애'를 만나게 된다.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담백하고 쿨하게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소지섭은 처음 '유민호' 캐릭터를 만난 뒤, 대사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지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유민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전체 리딩을 하기 전 감독님과 두어 차례 따로 만났어요. '유민호'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불필요한 대사들을) 걷어내기 시작했죠. '이런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고 '유민호'가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영화 '자백'은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흩어져있다. 인물들의 진술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지섭은 "어렵게 느껴지거나 헷갈리는 장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진술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연기하는 것에 관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마치 1인 2역을 연기하는 듯했다.
"쉽지는 않았어요. 결국 속고, 속이고,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의 싸움이었는데요. 촬영마다 (시나리오에 쓰인 것처럼) 상황에 맞게 진실하게 연기했어요."
장면마다 복선을 깔고, 디테일하게 흔적을 남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캐릭터나 연기에 관해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윤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이렇게까지 (감독님께) 물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유민호'의 감정 연기와 완급 조절에 관해서도 말했다. 진술마다 달라지는 '유민호'의 성격,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낸 그는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혼자 한 부분은 많이 없고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감정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특히 관객들이 '유민호'의 속내를 읽을 수 없어야 하니까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달릴 수 없었어요. 감정 조절이 쉽지 않더라고요. 어느 부분을 강하게 하고, 어느 부분을 약하게 만드는지 고민되었어요. 촬영 전 감독님과 '정답을 모르겠으니 다양하게 찍어보자'고 해서 (한 장면을) 적게는 두 세 가지 버전으로 찍었어요."
'유민호'와 '양신애'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하게 맞선다. 두 인물의 살벌한 기 싸움은 영화 초반 관객들이 극에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캐릭터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김윤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요.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한 거죠. 힘든 장면이 지나간 뒤, 김윤진 선배님께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캐릭터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소지섭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윤진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윤진이 있었기 때문에 '유민호'의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함께 연기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리딩하고 동선을 짜는데 1시간 50분 분량의 대사들을 줄줄 꿰고 계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날 찍을 분량들까지만 준비하는 편인데 선배님께서는 모든 분량을 익히고 계신 거예요. 동료 배우 입장에서 (김윤진을 볼 때) '똑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대로 가다가는 '양신애'에게 밀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선배님께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그는 '유민호'의 내연녀 '김세희' 역을 맡은 배우 나나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 나나 씨는 연기하는 자신에 관해 자신감이 없었어요. 하지만 정작 상대 배우인 저는 전혀 (나나의 모자람을) 느끼지 못했죠. 눈이 정말 매력적인 배우예요. 연기할 때면 (나나에게) 빠져들곤 했죠. 감독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디렉션을 주시면 자기화하더라고요. 센스 있고 스마트한 배우예요. 지금은 더욱 잘하고 있더라고요."
영화 '자백'은 N차 관람하기 좋은 작품이다. 여러 차례 보았을 때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들을 찾을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보시면 줄거리나 상황을 따라가실 텐데요 만약 N차 관람하신다면 소품이나 장소에도 힌트가 있으니 그런 점들을 추리하며 보신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요? 또 '유민호'의 클로즈업을 보실 때 표정을 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배우 데뷔 27년 차. 소지섭은 배우로서 연기에 관해 많은 고민 중이다.
"연기에 관한 고민이 지금이 참 많은 시기인 거 같아요. 아마 배우를 하는 동안 내내 (고민을) 하겠지만요. 오래 연기를 하다 보니 주변의 많은 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몰입할 때는 좋지 않은 거 같아요. 너무 많은 게 보이니까 조금 호흡이 깨지는 느낌도 들어서요."
어린 시절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 1996년 MBC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모델'(1997), '미우나 고우나'(1998), '당신 때문에'(2000) '맛있는 청혼'(2001), '천년지애'(2003) 등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기점으로 연기가 정말 재밌어졌어요. 지금은 (연기가) 정말 좋은데, 동시에 정말 힘들어요.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매번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 역할만 할 수 없잖아요. 새로운 내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고민이 크죠. 대중이 궁금한 게 없는 배우가 되면 안 되잖아요."
영화 '자백' 시사회 이후 소지섭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그의 낯선 얼굴을 발견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저 역시도 '아,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 놀랐어요. 그런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