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착륙 안내에 정전까지…공포 떨었던 대한항공 승객들
2022-10-24 16:36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난 23일 오후 6시35분 출발해 세부 막탄공항으로 향한 A330-300 여객기는 현지시간 23일 오후 11시7분쯤 악천후 속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이탈했다.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은 슬라이드를 타고 여객기에서 탈출했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객기는 악천후로 인해 3번의 착륙 시도 끝에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공항에 착륙했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활주로 끝단에서 250m 벗어난 수풀에 멈춰 섰다. 기체 정지 과정에서 여객기 바퀴와 동체 일부는 파손됐다.
착륙 당시 '비상 착륙할 예정이니 승무원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라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면서 항공기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으라고 안내했고, 승객들은 지시에 따랐다.
비행기가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듯했지만 이내 기체가 지면에 강하게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이후 이어진 비행기 정전과 매캐한 냄새로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승무원들은 다친 사람이 있는지 살핀 이후 이코노미석 비상탈출구를 열어 승객들을 차례로 탈출시켰다.
탑승객 중 17명은 공항 내 의료클리닉 진료 후 호텔에 투숙하고 있다. 탑승객 162명 중 49명은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로 이동하고 나머지 113명은 귀가 또는 본인이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사고 원인은 브레이크 고장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당국과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브레이크 시스템 고장으로 활주로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이전 2번의 착륙 실패 이후 재이륙하는 과정에서 여객기 바퀴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브레이크 유압 시스템이 고장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객기 기장은 초기 조사에서 "착륙 당시 브레이크 시스템 경고등이 들어왔고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인천발 보홀행 항공편을 통해 4명, 필리핀 마닐라 지점에서 3명의 지원인력을 세부 공항으로 파견했다. 이수근 안전보건총괄 부사장을 책임자로 관련 분야 임직원(정비·안전·보안·항공의료·운항·객실·운송·현장지원팀) 40여명도 대체 항공편을 통해 현지에 파견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 감독관 2명과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 3명도 탑승한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정책실장을 반장으로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현지 공관·항공사 등과 연락체계를 구축해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은 현지 사고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