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김근식 '화학적 거세' 놓고 "효과적 수단" vs "근본 대책 아냐"

2022-10-20 16:24
검찰, 김근식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 요건 검토 중
"외국 연구서 약물치료가 심리치료보다 성범죄 1.5~2배 억제"
재범 100% 막는다는 보장 없어…인권 침해 소지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연쇄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54)이 재구속되면서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명령 청구가 검토되고 있다. 

19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김근식이 성충동 약물치료 법률이 정한 청구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충동 약물치료를 의미하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는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의 경우 검찰 청구와 법원 판결을 거쳐 최대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화학적 거세는 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에스트라디올 같은 여성호르몬을 주사제로 주입, 성욕을 억제하는 식으로 실시된다. 김근식과 같이 소아성애, 성도착증 등으로 판단되거나 판명된 경우 이 같은 약물치료가 명령 청구될 수 있다. 

많은 심리 및 범죄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가 추가 범죄에 대한 예방적 효과가 크다는 데 동의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화학적 거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 박사는 "단순히 소아성애자를 감옥이나 다른 기관에 가두는 것은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욕망이나 상상을 바꾸지 못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감시를 수반한, 약물치료를 포함한 장기적 치료이고, 치료를 통해 아주 일부가 조금 좋아지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충동 약물치료 분야를 연구해온 정신과 전문의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치료 대상 성범죄자 11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받는 3년 동안 재범을 저지른 경우는 없었다"면서 "외국 연구에서도 약물치료가 심리치료보다 성범죄 억제 면에서 1.5~2배 정도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근식 같은 소아성애자의 경우 아주 엄격한 관리를 받게 하는 게 답이며, 화학적 거세를 관리 방법 중 하나로 언급했다. 

상당수 국민도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에서 화학적 거세, 종신형, 사형 등을 선고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처벌 기간이 짧고 강도도 약해 재범을 막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학적 거세 명령 청구를 선고하거나 그게 아니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정신과 전문의가 봐도 재범 확률이 높다던데, 화학적 거세가 포함된 약물치료 꼭 했으면 좋겠다", "또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들어갈 것 같은데, 그 정도면 화학적 거세 등의 조치를 해줘야 한다" 등의 동조 의견이 나왔다. 

반면 김근식에게 성충동 약물치료 선고가 검토되면서 화학적 거세가 본격 논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한 법무정책 연구위원은 화학적 거세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김근식이 범죄를 저지른) 2006년 당시에는 관련 법령이 없었기 때문에 김근식이 동의해야만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적용 가능성에 회의를 표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자들의 출소 이후 재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억제책을 내세워 당장 안도하기보다는 더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법무부 보호관찰관 출신 김병배 경기대 범죄교정학과 교수는 "재범을 100% 막는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지금도 화학적 거세 하나만 가지고 성범죄자들을 관리하는 게 아닌 만큼, 보호 수용이나 치료 감호 같은 보다 철저한 물리적 격리 등의 대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침해 소지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손정혜 변호사는 지난 17일 KBS 뉴스라인 인터뷰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들은 전방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인권 침해 소지를 줄이면서도 적용 요건을 완화해 대상 범위를 넓혀 치료하는 강력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자유 박탈을 통해서 이 사람을 치료할 것이냐, 아니면 국민의 생명이 박탈되는 것을 각오하고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끔 할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