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0대 기업 중 8곳만 '경영권 방어' 대비…해외 경쟁기업과 큰 차이
2022-10-20 11:00
통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이사를 해임하거나 정관 변경, 영업양도 등이 이뤄진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정관에 결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경련은 조사대상인 자산 상위 100대 기업 중 7개사는 정관에 이사 해임 결의를 ‘출석 주주 의결권의 70/100 이상’으로 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상’ 혹은 ‘발행주식 총수의 2/3를 초과’하도록 설정했다. 상법에서 정한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상법상 이사해임을 위한 주총 특별결의 요건은 주주총회 출석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특히 이사진의 임기가 일시 만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차임기제’는 1곳만 시행하고 있었다. 이사 임기는 보통 3년으로 이사 총원의 1/3씩 임기가 만료되도록 구성하면 경영권 공격세력이 주식 과반수를 매수해도 이사진 전체 교체가 어려워진다. 상장사 이사진이 일시에 교체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실질적으로 시체임기제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채택한 기업은 1곳밖에 없다.
경영권 방어수단의 실효성도 낮아 시차임기제가 있는 D사는 2006년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경련은 국내 기업들이 정관에 넣을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들이 △이사 해임 가중 요건 △이사 시차 임기제 △인수·합병 승인 안건의 의결정족수 가중 규정 △황금낙하산주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해당 수단들은 주주총회에서 안건 가결(통과)을 어렵게 하거나 임원진의 전원 교체를 방어하는 수단 정도에 그친다.
반면 해외 경쟁기업들은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황금주 등 적극적 방어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어수단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도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방어수단을 새롭게 채택하기도 쉽지 않다.
전경련 측은 “최근 한진칼이나 교보생명 사례처럼 지배구조에 일시적 균열이 발생할 때 사모펀드들이 기회를 엿보고 기업 지배권을 위협하거나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크게 부족해 글로벌 표준에 준하는 방어수단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