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들의 소중한 가족과 벗들을 위해서라도

2022-10-19 10:24

사진=군포소방서 홍변선 소방위

무더운 여름을 지나 아침, 저녁 선선해진 공기 내음을 맡고 있노라면 어느 가을 숲속 길을 거닐며 느꼈던 고운 단풍잎들과 그 향기의 기억들이 아련해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던 때가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흐릿해지는 요즈음 전국 단위 혈청 역학조사 결과 코로나19 항체 생성률이 97%로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이 항체를 보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3년 가까이 코로나19를 피해 움츠려있었던 우리들의 건강 상태와 맞물려 환절기에 접어드는 10월부터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12월까지 심혈관 질환 사망과 급성 심정지 발생이 가장 증가하는 시기라는 점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119구급대원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면 혈액순환이 멈추면서 산소 및 영양분 등의 공급 부족으로 결국 전신의 세포들이 손상되며 그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중단되면 4~5분 후 뇌 손상이 시작되면서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심폐소생술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적절한 흉부 압박과 인공호흡을 통하여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과 산소를 강제로 순환시켜 뇌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에게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시행하지 않은 환자에 비하여 생존율이 약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반복해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공익광고 등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심폐소생술에 대해서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약 1800여만 명의 국민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지만 반대로, 전 국민의 65%, 즉 국민 3명 중 2명은 아직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깨우고, 알리고, 누르고, 통칭 쓰리고(3GO) 만큼은 기억하자. 어깨를 흔들어 의식을 확인(깨우고) 후 반응이 없을 때 119 신고(알리고) 및 구급대원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진행(누르고)하여 강제로라도 최대한 혈액을 공급시켜 뇌 손상을 최소화하며 병원에서의 원활한 처치를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심정지 상황은 언제든 내 주변에 누군가에게 발생할 수 있다. 우리들의 소중한 가족과 벗들을 위해서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인터넷 등 정보매체를 통한 영상 교육이나 소방서,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보는 것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끝으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고 내가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현장에서만큼은 119구급대원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