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4700만 카톡 불통 …초연결사회 그림자

2022-10-19 06:00
정부도 유사 사고 사전 대비하라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교수]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전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10월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직후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거의 전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선물하기' '쇼핑하기' '톡채널' 등 카카오톡 관련 부가 비즈니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중소 상공인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겪었다. 택시기사, 퀵, 택배기사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초연결사회의 빛을 만끽해 온 국민들은 카카오톡이 끊긴 토요일 오후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초연결사회의 그림자를 경험했다. 올 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743만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월사용자수(8월 말 기준)는 각각 460만명, 1290만명이다.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 장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인 2012년 4월 4시간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고, 지난 4일에는 18분간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는데 원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 새 총 20건의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이번에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24시간 이상 장애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네이버 등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경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송금),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 호출),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대다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네이버는 6시간 만에 복구를 했고 카카오는 복구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두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있고, 카카오는 없다. 자체 데이터센터 필요성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자체 데이터센터가 아니고 임차하더라도 이중화와 백업 및 관리만 잘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 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카카오도 내년에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준공한다고 한다.
 
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타다'와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금지하면서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택시 부족과 요금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와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근본적인 장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해 모든 기업과 단체들도 소통 수단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보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일상 대화는 물론이고 회사 업무·쇼핑에 차질을 빚고 택시 호출과 배달 주문도 못 받는 일상 파괴가 이틀 이상 계속됐다. 해당 기업과 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 당국이 함께 빚은 국가재난급 참사다. 사고 징후도 여러 번 있었다.
 
카카오톡 장애는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다. 2월에 QR체크인 오류, 7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접속 오류, 10월에는 메시지 전송 장애 등이 발생하더니 급기야 15일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페이·택시·뱅킹 등 온갖 서비스로 사업을 넓힐 생각만 했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생각은 덜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고, 지금 건설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2013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이번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도 조기에 복구했다. 카카오의 처절한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재해 대비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고, 말만 IT 강국이지 인프라 관리나 위기 대응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카카오는 사태의 근본 요인을 스스로 잘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 12년 만에 계열사를 136개나 둔, 자산 규모 32조원인 국내 15위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빠뜨린 게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도 대국민 IT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

국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회 차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부가통신 서비스는 자율 규제 중심이어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카카오, 네이버 등 서비스들은 법률상 부가통신 서비스로서 기간통신 서비스에 비해 그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됐지만 이제 부가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적지 않다"며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카톡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에서 법을 통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필요하다.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정부 당국도 관련 산업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과 제도로 규제만 해서는 안 되고, 국회와 정부는 규제만 하려고 하지 말고 진흥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일정 규모 이상 정보통신시설을 갖춘 기업과 행정·공공기관은 반드시 정보시스템 이중화(duplexing)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중화는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두 개 준비하여 활용하는 것이며, 활용 방법에는 병렬 방식과 대기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카카오 측은 이중화했다고 하는데, 안 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넷째, 화재나 수해 및 정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모든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백업하도록 해야 한다. 전원이 차단됐을 때 다른 곳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바로 연결하거나 무정전전원장치(UPS)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이러한 것들을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