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탄소중립 생활습관을 만들자

2022-09-19 14:04
'고기는 적게, 채소는 많이' … 건강과 탄소감축의 1석2조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먹는 매끼 식사마다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음식들의 탄소발자국은 어느 정도일까? ‘한끼 밥상 탄소 계산기’를 검색해서 두드려보면, 쉽게 한끼 식사의 탄소발자국을 알 수 있다. 김밥을 먹으면, 한끼 식사로 0.4㎏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 된다. 된장찌개를 먹으면, 한끼 식사로 1.5㎏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 된다. 김치찌개를 먹으면, 한끼 식사로 2.3㎏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 된다. 해외에서는 음식의 이름, 가격과 함께 음식이 제공되기까지 발생한 탄소 배출량, 즉 탄소발자국 수치가 표시된 메뉴판이 등장했다. 탄소라벨 메뉴판이 환경친화적인 메뉴선택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평소에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적책임·투명경영)를 잘 실천해야 하며, ESG소비를 통해 ESG를 생활화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ESG를 실천하며, 식생활에 있어서도 탄소배출량을 고려해서 탄소감축(carbon reduction)에 도움이 되는 음식 소비를 해야 한다. 주요 음식의 탄소배출량(탄소발자국)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우리(개인이나 조직)가 소비하는 모든 것에 대한 원료 채취부터 시작해 만들고, 사고팔고, 유통되고 버려지는 데에 드는 온실가스(greenhouse gas: GHG)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탄소발자국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에 좋지 않으므로 지속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음식에서 초래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총 26%로, 137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한다. 주요 음식의 탄소발자국(1000칼로리당 탄소배출량, 단위: ㎏)을 살펴보면 너츠 0.4, 땅콩 버터 0.4, 렌틸콩 0.8, 두부 1.4, 토마토 1.4, 콩류(beans) 1.4, 감자 1.5, 쌀 2.1, 계란 3.1, 우유 3.2, 돼지고기 4.5, 치즈 4.5, 참치 5.3, 칠면조고기 5.3, 쇠고기, 13.8, 양고기 20.9 등의 순이다. 탄소발자국은 조사기관과 조사방법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음식은 1위 소고기 60(1㎏당 60㎏의 이산화탄소 배출), 2위 양고기 24, 3위 치즈 21, 4위 젖소고기 21, 5위 초콜릿 19 등의 순이다.
 
탄소감축을 고려하면, 육류보다는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육류를 소비할 때도 탄소중립을 생각한다면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낫다. 요즘 채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채식은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을 뿐만 아니라 ESG 측면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당뇨병 발생 확률을 34% 낮춘다고 한다. ‘고기를 적게 먹고, 채소를 많이 먹는’것은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탄소 감축에도 좋은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탄소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일으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인데, 그중 고기를 얻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감자, 콩, 두부 등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채식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기후 과학자 조셉 푸어와 토머스 네메섹은 가장 보편적인 식품 40종을 가공하는 과정을 포함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에 의하면, 소고기는 식품 중 탄소발자국이 가장 크다.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단백질 1g당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가금류의 9배, 돼지고기의 6배, 콩의 25배로 집계됐다. 푸어와 네메섹의 분석 결과, 단백질 1g당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탄소 배출량 2위로 드러난 양고기보다 2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 주범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사용이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사용 등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을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나 디지털 기기에서 와이파이나 5G 등 네트워크를 거쳐 데이터 센터의 서버로 연결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서 대량의 전력을 소비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사례를 알아보고 일상 생활 중에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선택안 중에 탄소발자국을 비교해서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ESG를 실천하는 길이다. 스마트폰, PC, TV 등 디지털 기기는 편리한 반면 터치 한 번, 클릭 한 번만으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으로 모바일 앱 이용량이 무려 일 4시간이나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했던 많은 업무가 주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예를 들어보면 인터넷 검색 0.2g, 유튜브 시청 10분 1g, 전화 통화 1분 3.6g, 이메일 한 통 4g, 데이터 1MB 사용 11g 등이다.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다운로드 시에는 1MB당 11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산화탄소는 LTE, 와이파이 등의 네트워크를 거쳐 데이터센터까지 서버를 연결할 때 발생한다. 1일 동안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60g으로 나타났다. 한 시간 동안 유튜브를 시청하고. 3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7MB의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총 95g의 탄소발자국을 남긴 것이 된다. 이는 자동차로 1㎞를 주행한 것과 같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g/㎞, 2020년 EU 기준).
 
현대 생활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금하지 않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기기 사용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상 가까이 있다. 사소한 습관과 생활행동 패턴을 조금씩 바꿔가며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면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 carbon neutrality, net zero)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가 되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모든 개인과 조직은 평소 생활 중에 우리가 먹는 음식, 사용하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의 탄소배출량과 탄소발자국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음식의 탄소발자국과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의 탄소발자국 줄이기 실천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해야 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