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환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란 믿음

2022-10-17 06:00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사진=기획재정부]


국내외 경제·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440원을 웃돌았고, 외환보유액도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우리 재정·통화당국은 물론이고 국제금융기구 수장까지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한국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치와 그간의 경제성장을 통해 탄탄한 펀더멘탈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주요20개국(G20) 장관회의에 참석한 이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한국은 낮은 정부부채로 강력한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고 긴축 재정기조를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며 "충분한 외환보유액, 양호한 경상수지 등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한국의 외환위기 재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상황이 위급한 것은 맞지만 한국의 대외건전성 자체를 우려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왜 여전히 경제위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일까. 20년 넘게 갇혀있는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통화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이다. 더이상의 위기가 없을 것이란 믿음은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에서 온다. 정부는 현재의 글로벌 위기를 막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더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만 한다.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연일 '경제 위기론'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가능성을 너무 낮게 평가하면 오히려 엄중한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비쳐질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위기 대응 능력 부족으로 평가받게 된다.

IMF 총재는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한국 여건에 맞는 정책 우선순위 선정이 필요하다"며 "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부·한국은행 모두 시장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까지 번지진 않더라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발작으로 당분간 산발적 위기감이 반복될 수 있다. 당국자들은 국제금융기구 수장의 뼈있는 조언을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새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