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건부 보석' 인력도 '태부족'인데...'조건부 석방제' 도입한다는 법원

2022-10-17 07:00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원이 ‘신당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피의자 석방 시 전자발찌 부착을 강제하는 '조건부 석방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자보석제도 도입으로 정작 이를 관리할 감시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부 석방제까지 도입되면 해당 인력의 관리 공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도 도입에 앞서 관련 인력 확충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조건부 석방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석방 제도 등 입법적 개선 방안도 국회 차원에서 활발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석방제는 판사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을 때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전자발찌 부착, 피해자 접근금지 등 조건을 붙이고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영장 발부 아니면 기각이라는 현 영장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에도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통해 관련 제도 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도주 우려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 및 위치추적 등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그러나 법조계와 일선 현장에서는 법원의 조건부 석방제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자감시 대상 확대와 전자보석제도 도입으로 한계 상태인 전자장치 감시 인력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조건부 보석 대상자는 9월 기준 272명을 기록하고 있다. 조건부 보석은 피고인에게 전자팔찌 등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용하는 제도로, 주로 ‘전자보석의 형태로 사용된다. 2020년 8월 시범 도입 후 지난달까지 집계된 누적 전자보석 대상자만 총 782명에 달한다.

활용도가 낮은 기존 보석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향후 전자보석을 적용받는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법무부 측은 설명한다. 법무부는 전자보석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은 따로 두지 않은 채 기존 전자장치 관리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권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자감독 직원 243명이 전국 전자감독 대상자 4150명과 전자보석 대상자 272명에 대한 관리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상태다. 감시 인력 1인당 평균 감독 인원만 약 18.1명으로 영국과 호주, 미국 일부 주 등 주요 OECD 국가 평균인 10여 명보다 2배가량 많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6월 스토킹 범죄에 대해 형 집행이 종료되었거나 집행유예 기간에도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향후 전자감시 대상자가 폭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조건부 석방제 도입에 앞서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해당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전자감시나 관련 제도가 최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인력과 예산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관련 인력과 예산 확보는 법무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자감시 대상 인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련 부처와 국회 간 협업 등을 통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에 대해 적극적인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