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경제 악화 원인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 G20 차원의 해결방안과 성과를 담은 합의문은 지난 4월 열린 2차 회의에 이어 불발됐고, 의장국 요약문으로 대체됐다. 

미국 워싱턴DC에서 12~13일(현지시간) 열린 제4차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대부분이 참석했다. 한국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회의 기간 진행된 주요 섹션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입장을 개진하며 세계경제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공조 방향을 제안했다. 이번 G20 회의는 △세계경제 △국제금융체제 △금융규제 △인프라 △지속가능금융 △국제조세 등 총 6개 세션으로 나눠 논의를 진행했다. 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과 별도 면담을 가졌다.

우선 다수 회원국은 전쟁과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 긴축,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G20 차원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상승 장기화와 전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불확실성이 각국의 최적 정책조합 모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원국들 대다수는 취약국 부채 악화를 우려하면서 저소득국 채무 재조정에서 성과가 신속하게 도출돼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또한 혁신과 규제 가능성 간 균형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전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추 부총리는 "통화 긴축으로 인해 자본이동 변동성이 확대되고 선진국·개도국 모두에서 금융 불안이 나타난다"며 "2010년대 초반 G20가 무역에서의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자본이동에서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G20가 리더십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디지털세 논의도 진행됐다. 회원국들은 디지털세 필라1과 필라2의 원활한 이행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목표 일정 수립(필라1)과 이행체계 마련(필라2)에 대해 회원국 간 의견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올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 통화 긴축 등으로 글로벌 실물·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 G20는 인플레 대응과 식량·에너지 문제해결을 위한 공조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확인된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불안이 국내 실물·금융 부문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공공 부문 구조개혁에도 계속 매진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