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합참, 북한 핵 위협 노골화에도 '모르쇠' 일관

2022-10-13 11:22
북한 저수지 SLBM·150대 전투기 훈련·핵탑재 가능 순항미사일 모두 공표 안 해
군 내부서도 "감시·정찰 자산 노출 이유...탐지 못했다는 것 자인한 셈"

순항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동해상으로 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난 8일 전투기 150여 대를 동원한 ‘북한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에 이어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도 모르쇠로 일관해 파장이 일고 있다.
 
1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합참은 북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탐지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점, 순항미사일을 탐지한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정찰 자산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발표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이 '전술핵운용부대'에 실전 배치됐다는 점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발사된 2기의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은 조선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 궤도를 따라 1만234초를 비행해 2000㎞ 계선의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전술핵운용부대'에 실전배치됐다”며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무기체계 전반의 정확성과 기술적 우월성, 실전 효과성이 완벽하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 배치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과 위력을 더욱 제고하고 전반적 작전운용체계의 믿음성과 기술적 안정성을 재확증했다”며 도발 목적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합참이 옹색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이 목선이나 방사포보다 위협적이지 않을 리 없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니다’는 군 당국 측 해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 도발을 적시에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군 당국의 3축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군 당국 3축 체계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방위사업청 '2023년 예산 국회 증액 필요 사업' 문건에 따르면 '3축 체계' 관련 신규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대상 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 선제 타격을 위한 ‘킬체인’ 핵심 전력인 현무-2도 지난 4일 낙탄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수작전 핵심 전력인 F-35A는 지난 1년 반 동안 234회나 고장 나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

군 내부에서도 합참 해명에 물음표를 달았다. 군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를 감시하는 것과 순항미사일을 들여다보는 체계가 다르지 않다"며 "발표를 하지 않은 이유로 감시체계 노출 위험을 말하는 것 자체가 합참 스스로 탐지하지 못한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총 26차례(탄도미사일 23회, 순항미사일 3회)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2번째다. 앞서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인 지난 8월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여러 종류의 전술핵 탑재 가능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