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산시의원 공천헌금 의혹 녹취 들어보니…이혜경 시의원, 박순자에 1억 상당 전달 정황
2022-10-13 15:25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안산시의회, 박순자 전 의원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아주경제는 6·1 지방선거에서 박 전 의원으로부터 가번 후보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혜경 안산시 의원과 인근 선거구에 출마했던 A씨와 나눈 통화 녹음과 문자메시지 등을 입수했다. 이씨는 지난 지방선거 안산시 사선거구에서 국민의힘 가번 후보로 공천돼, 26.09%의 득표를 받아 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로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씨는 지방선거 기간 동안 평소 친분이 있었던 A씨와 수십 차례 통화했는데, 해당 녹취에는 이씨가 국민의힘 안산시 사선거구 가번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박 전 의원에게 1억원이 넘는 자금을 건넸다고 유추할 수 있는 언급이 여러 차례 나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이혜경 시의원 “나 1억 한장이라 그랬어, 그런데 한장가지고 안되더라고”
“나 (공천) 끝났어, 오늘 밖에 못 돌아다녀. (박 전 의원이) 얼굴에 표난다고 다니지 말고 있으라 그래서”
“우리 세게 나갔어. 의원님이 이길 수 있냐고 하길래 그런 이야기 마시라 그랬대. 그리고 뭐하나 주기로. 서류 넘어가기로 했어. 재건축꺼”
(재건축 건의 가치가 얼마냐는 A씨의 질문에) “나 1억, 한장이라고 그랬어. 근데 한장 가지고 안되더라고”
녹취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4월 하순 박 전 의원으로부터 안산시 사선거구 가번 공천 확정을 통보 받았다고 A씨에게 알렸다. 안산시의원 공천이 공식 발표나기 며칠 전이었다.
이씨는 해당 통화에서 “나 (공천 확정) 끝났어, 오늘 밖에 못 돌아다녀. (박 전 의원이) 얼굴에 표 난다고 다니지 말고 있으라 그래서”라며 박 전 의원으로부터 사전에 시의원 공천을 확정 받았다고 A씨에게 귀띔했다.
이씨는 또한 박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경위를 설명하며 “서류 넘어가기로 했어. 재건축꺼”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재건축 건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물었고 “나 1억, 1억 한 장이라 그랬는데 한 장 가지고는 안되더라고”라고 답했다.
실제 이씨가 A씨에게 지난 4월 24일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단원을은 누구를 공천줘도 말 나올 수밖에. 가지고 있는 현금 저 빌려주시면, 그게 답인 거 같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씨는 A씨로부터 실제 자금을 대여 받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 “의원님 기름값으로 1000만원 쓰시라”
A : 여보세요
이혜경 시의원 : 00아빠 갔어, 의원님 밤에 10시반 전화와가지고 집으로 오라고해서 갔어.
A : 아이고, 급하신가보다. 이 밤중에 당장 오라고 하신거야?
이혜경 시의원 : 응, 사람없을 때
A : 뭐 준비해 가신거야, 아니면 그냥 가신거야?
이혜경 시의원 : 1000만원만 들고 가고, 의원님 이것은 포함 안된 기름값이니까 며칠 쓰시라고. <안산시의원 공천 관련 이혜경 시의원과 A씨 간 통화 내용 일부>
이씨가 박순자 전 의원에게 공천헌금과 별도로 기름값으로 쓰라며 1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도 있었다. 해당 통화에서 이씨는 박 전 의원이 밤 늦게 자택으로 불러 사람을 보냈고, 기름값으로 1000만원을 건넸다고 언급했다.
실제 녹취를 들어보면 이씨가 A씨에게 “의원님이 밤 10시반에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다”며 “1000만원만 들고 가고, 의원님 이것은 포함 안된 기름값이니까 며칠 쓰시라고 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 경찰, 복수 안산시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녹취·진술 확보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통화 녹취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녹취와 진술을 토대로 이혜경 시의원 외에도 안산시 내 인근 선거구나 비례대표로 당선된 복수의 시의원이 박 전 의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경찰은 향후 수사에서 해당 안산시 의원들이 박 전 의원에게 공천 자금을 실제 전달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 정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지역 활동가는 “안산시 시의원은 각 선거구에 따라 2인 또는 3인의 당선자가 나와 국민의힘에서 나번이 아닌 가번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여겨진다”며 “이 때문에 지역 내 정치 지망생들은 가번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박 전 의원은 이 공천권을 무기로 오랜 기간 지역 정치인에게 왕처럼 군림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