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입법공백]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에 속수무책...디지털자산법 제정 시급
2022-10-13 06:00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대책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답변이다. 이는 가상자산업권이 현 시점에서 제도 공백에 따른 허점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 관리 감독을 위한 입법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020년 3월에 국회를 통과하고 작년 3월에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거래 고객의 실명확인, 의심거래 보고 등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올해 초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당시에도 가상자산을 통한 시장 질서교란 행위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테라·루나 사태는 서로 가치가 연동돼 가격이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루나가 동반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테라와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테라·루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시장을 규율할 법안이 없다보니 그에 따른 실질적인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금 당장 가상자산 관련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이나 조처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가상자산은 현재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관련 피해에 대한 통계를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상자산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대응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 실제로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시세조작 행위 등의 통계, 사례, 피해규모의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의 가상화폐 시세조작 행위에 대한 답변이다. 금감원 또한 같은 질의에 “1인 미디어, 오픈채팅방 등 신종 미디어를 통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회원 등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신속한 적발, 조치 등에 어려운 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안전한 디지털자산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같은 디지털자산의 발행, 상장과 같은 행위 전반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소비자보호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가상화폐 공개(ICO) 여건을 조성하는 안도 담긴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증권형은 기존 자본시장법으로, 비증권형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으로 규율한다는 방침이다. 증권형 코인의 경우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임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법안(제정안) 8건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건, 특금법 개정안 2건 등 총 14개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 8월 민간 전문가, 관계부처 등과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를 출범해 디지털자산 규율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선 가상자산이 기존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통화·경제 정책, 기후환경 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상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을 지난 3월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2020년 9월에 가상자산 규제안(MiCA)을 발표했다. 중국은 가상자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시 미국과 유럽의 입법 동향을 참고할 예정이어서, 이들 국가보다 규제 마련에 속도가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민·관 협동 외에 관련 기관 공조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혁신, 투자자 보호, 금융권 안정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