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고에 경상수지도 적자 위기…커지는 '쌍둥이 적자' 경고음
2022-10-11 16:49
수출 증가세 둔화·국제유가도 들썩…정부 체질개선 18개 대책 추진
우리나라의 무역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연간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나타내는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환율이 더 이상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등 수입액 증가가 달러 유출을 부추기며 다시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재정수지는 적자를 예약해 둔 상황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일~10일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27억1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유력하며 적자 규모로도 1996년 206억24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8월 경상수지 적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적자폭이 확대된 결과다. 8월 수입액은 지난해 8월보다 145억8000만 달러 증가한 617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원유와 가스 등 원자재 수입이 36.1% 급증했으며 반도체와 수송장비 등 자본재(16.4%), 승용차와 곡물 등 소비재(28.2%) 수입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서비스수지도 적자 전환했다. 8월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8월 대비 16억2000만 달러 감소한 7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화물운임 하락세로 운송수지 흑자폭이 감소했고 여름철 해외여행 수요가 늘며 여행수지 적자 규모도 커진 탓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면서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올 들어 5월까지 두 자릿수를 나타냈던 수출 증가율은 6월 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 중으로 증가폭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수출 증가율은 올 6월 5.3%에서 7월 8.7%로 소폭 증가했으나 8월 6.6%, 9월 2.8%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달 1~10일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2% 감소하면서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간 이어져온 수출 증가세도 감소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소식에 반등 중인 국제유가도 경상수지 흑자 유지를 위한 노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 플러스)의 감산 소식에 최근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인데 에너지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부문을 점검해보면 상대적으로 경상수지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 없이는 무역수지·경상수지 개선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쌍둥이 적자'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정부는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입을 줄이면서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여행 등 서비스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18개 대책을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