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노화 혁명: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2022-10-02 20:23

[박상철 교수]


인류 역사에 전무후무한 초장수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비록 전쟁과 기아, 역병의 위협을 받았으면서도 인류는 이를 모두 극복하여 인류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왔다. 인류 역사의 이러한 흐름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가까운 시점에 세계최장수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어 장수세계의 선봉이 되어 있으며, 고령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혁신적 실천의 세상을 구축해야 하는 시급한 사명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어떤 대기업 총수의 “아내와 자식 외는 모두 바꾸어라”는 불호령이 시대적 명언이 되고 있다. 이제 기존의 틀에 박힌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아직도 일반인들의 저변에는 고령자들은 현장에서 은퇴하여야 하며, 노인 인권이나 노인 우대니 하는 용어들이 범람하면서 부양을 적절하게 해주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능력이 제한되어 사회참여가 어렵다는 인식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노화에 대한 인식은 개혁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노화는 '비가역적 불가피한 퇴행성변화'라는 생물학적 소견에 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적 시각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노화 현상에 대응한다면 단 한 가지 원칙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 즉 바꾸기 원칙(Replace principle)이다.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노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도 바꾸고 세포도 바꾸고, 장기도 바꾸고, 사람도 바꾸어야 하며, 시스템과 사회도 바꾸어야만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가역성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한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오고 있으며 종래의 고식적 사고방식에 근원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화하였다고 굳이 버리거나 바꾸지 말고, 고쳐서 해결하자는 혁신적 방안을 강력하게 제안해주고 있다. 바로 고치기 원칙(Restore principle)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생체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세포를 노화했더라도 바꾸지 않고 복원할 수 있으며, 노화 개체의 경우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등장하였다. 더욱 노화된 세포나 개체를 이용해서도 온전한 줄기세포를 유도하고 개체로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성과는 궁극적으로 세포들의 집단인 생체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개체들의 집단조직인 사회도 고쳐나가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였다. 고령인의 급증을 우려하지 말고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의 강구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화에 대한 인식혁명을 바탕으로 고령사회에 대한 실천방안도 개혁하는 노화혁명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한 논의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인간은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 혁명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는 데 있다. 아무리 늙었다 할지라도 바꾸지 않고 고치는 노력을 통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본질이다. 건강을 증진하려는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인 배려를 포함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을 병행하여야 한다. 개인의 고령화에 따른 신체기능의 저하는 첨단의료를 통하여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능력을 배양하는 데 나이 탓으로 회피하거나 거부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만연되어 왔던 연령차별적 문화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초래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명분이 변화되는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망설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개개인은 자기보호를 위한 방어기제 형성에 의한 외부수용거부 현상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와의 교류를 증진하여야 하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구축한 굴레를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인 스스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하며, 굴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웃과 친구를 확대하는 관계증진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여야 하며 사회적 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연령 때문에 칩거하여야만 할 이유가 없다. 각종 집회, 각종 행사, 각종 봉사 활동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내게 주어지는 상황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오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오히려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연령차별 없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고령인들 상호는 물론 노소가 어울리는 열린 공간의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고립성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화적 시스템의 강구는 노인들로 하여금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게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화적 체계의 정비는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전무후무한 장수시대를 맞으면서 초래되는 많은 문제점 특히 가족관계, 이웃관계, 친구관계에 대한 개념들이 시급하게 정비되어 노인들의 삶이 보다 자유롭고 보람되어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도록 지원해주는 노인을 위한 새로운 학습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개개인은 “나이 탓하지 말고 남의 탓하지 말고 스스로 하자 주자 배우자, 不怨天 不尤人 行之 與之 習之” 원칙에 따른 능동적 참여와 봉사의 삶을 추구하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개개인이 독자성을 갖추게 될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연령에 상관없이 유지될 수 있으며, 보람을 누릴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에 의한 자기복원은 노화혁명의 충분조건이다. 지역사회 또는 정치권은 바로 개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안전하고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시대적 상황에 맞추고 공간적 현실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환경변화는 노화혁명의 필요조건이다. 노화에 대한 생각을 근원적으로 바꾸어 실천적 행동을 통하여 개개인들이 자조능력을 함양하고, 상호 공조 생활을 강조하며,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안전하고, 멋지고, 당당한 고령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노화혁명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이다. 따라서 노화혁명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자는 생명경외운동의 일환이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