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저비용장수시대' 열기 위한 K-시니어의 역할
2024-10-11 06:00
연령 차이에 따라 '세대가 다르다'는 표현을 한다. 세대의 단위는 보통 25년 정도를 일컫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4대는 기본이고 5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본다. 19세기 말 출생한 백세인은 결혼 연령이 10대 중후반이어서 한 세대가 20년에 불과한 반면 21세기인 지금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한 세대가 30년을 넘어 가고 있다. 비록 유전자는 부전자전으로 이어지지만 출생의 시대적 차이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은 물론 판단 기준이나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지게 한다. 따라서 세대별로 세상을 대하는 시대정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는 전후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 1가구 1자식 시대의 중국 주링허우(九零後) 세대와 같은 독특한 세대를 출현하게 하였다.
미국 저널리스트들은 대공황 이전의 잃어버린 세대, 대공황 이후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이끈 위대한 세대, 세계대전을 겪으며 묵묵히 일한 침묵 세대,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 그 이후 X세대, Y세대, Z세대 그리고 21세기에 태어난 알파세대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심한 정치적 격변을 거쳤다. 한말 격동기, 일제강점기, 광복과 6·25전쟁 혼란기, 4·19 학생 의거, 5·16 군사쿠데타, 5·18 광주민주화투쟁, IMF 경제위기가 차례로 일어나면서 이러한 격동을 겪어낸 세대 간 간격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항간에서는 우리나라 세대를 미국식 분류에 준하여 전전 세대, 전후 세대, 베이비붐 세대, 7080세대, 386세대, X·Y·Z·M세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베이비붐 세대부터는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전전 세대나 전후 세대에 대해서는 수혜복지 대상인 노인층으로 폄하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세대가 온갖 혼란과 격동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최저빈국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온 주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경제대공황 이후 태어나서 세계 최강국으로 이끈 세대를 위대한 세대라고 불렀듯이 우리도 광복 전후로 태어나 간난신고를 겪으며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현재 70·80대를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라고 불러 마땅하다. 격동을 겪어내고 대한민국을 우뚝 세운 위대한 세대는 여느 나라의 노인들과 차별되는 노인상을 이루고 있다. 이 위대한 세대가 바로 K-장수시대의 주역이기 때문에 이들 집단을 다른 나라의 시니어들과 구별하여 K-시니어(K-Senior)로 새롭게 개념화할 것을 제안한다.
K-시니어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낸 당사자들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끝까지 잘 이어지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책임도 질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세대가 온전하게 국가와 사회를 이어받도록 특단의 각오를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속 세대가 우리 세대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저비용장수사회(低費用長壽社會)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K-시니어는 스스로 건강을 확실하게 지키며(自康),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처리하며(自立),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共生) 다짐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K-시니어는 가족문화를 살리고 지역사회를 되살리기 위해서 전통적 두레정신을 되살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봉사와 헌신을 다하여 내일을 개척하는 프런티어(Frontier)가 되는 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시니어프런티어정신(Senior Frontiership)이 바로 장수사회의 역설을 극복하는 해법이 아닐 수 없다. K-장수의 주역인 K-시니어가 시니어프런티어 운동의 선봉에 서서 전 세계에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빛나고 멋진 행복한 사회로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K-장수를 이룬 K-시니어의 책임이며 건강장수를 이루는 최선의 방안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