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中 시장 포기 불가능···美 IRA 장기적 영향 지켜봐야"

2022-09-22 09:3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서도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법안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결국 세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이라며 “그 속도와 깊이, 그리고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우리한테 위험이 더 클 수도 또는 기회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너무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이 문제를 충분히 뚫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과 관련해서는 “과거처럼 효율성을 쫓는 것보다 안전을 택하고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나도 최소한 생존하는 방향을 찾는 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그런 장비가 (중국에) 못 들어가면 공장이 계속 노후화되고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진다”며 “노후화돼서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이렇게 디커플링이 되는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기업 혼자서 해결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정부의) 더 넓은 선택이나 지원,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해외 투자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투자 계획이 2030년까지 250조원인데 해외 투자의 경우 환율이 올라서 70조원 정도고 나머지는 다 국내 투자”라며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해외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첨단 패키징 등 이번에 발표한 대미 반도체 투자는 한국에 없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투자해서 내부화를 해야 국내에도 투자할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대기업이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게 정부의 ‘손목 비틀기’냐는 질문에는 “비튼다고 비틀어지지도 않는다”며 “외국에 나가 투자하는 게 솔직히 위험해서, 양국 정상 차원에서 투자를 보장하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게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특파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