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우크라 전쟁 후 '첫 회동'...反美 연대 굳히는 중·러
2022-09-16 09:40
중·러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 2월 초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후 7개월 만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시진핑-푸틴 "전략 협력 강화...에너지 등 협력 확대"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SCO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별도로 갖고 중·러 관계와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이날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은 "올해 중국과 러시아는 효과적인 전략적 소통을 유지해왔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고 지역 협력 및 인문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와 시대, 역사의 변환기에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국의 역할을 담당하고, 혼돈의 세계에서 안정과 긍정의 에너지를 주입하는 지도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가 이날 회담의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시 주석은 이날 우크라이나 문제를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 주석이 서로의 '핵심 이익'에 걸린 문제를 지지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대(對)러 제재 및 비판에 선을 긋고 간접적으로 러시아 입장을 지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시각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전쟁에 대한) 중국의 질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는 길어지는 전쟁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도 이에 호응하며 "대만 독립을 촉진하는 분리주의 세력과 외국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대만에 대해 어떤 국가도 심판관이 될 권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반미 연대 강화를 위해 에너지, 경제, 무역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서방의 제재 및 견제를 키울 수 있는 군사·안보 분야 협력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아꼈다.
또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경계심을 키울 수 있는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을 통해 공개된 중국 측 회담 결과 보도문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미국을 규탄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미국을 '개별 국가'로 익명 처리했고, '제재 반대'에 대한 목소리도 담기지 않았다.
양측은 회담 후 별도의 공동성명을 내지 않았다. 이는 미국·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고려한 중국 측의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진핑-푸틴 만난 날에 미국 대러 추가 제재 단행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행보를 보이자 미국 정부가 추가 제재에 나섰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는 날 금융제재를 우회한 러시아 기업, 인권을 유린한 러시아 관리 등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해진 국제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데에 일조한 2개 단체와 개인 22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제재 명단에는 러시아에 대해 내려진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체 국가 결제 시스템(NSPK) 최고경영자(CEO)인 블라디미르 발레리에비치 코믈레프 등 관련 인사가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상무부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수출 통제 및 러시아 국방 및 첨단기술 산업을 겨냥한 국무부의 조치와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위치한 어떤 개인에게도 양자 컴퓨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을 포함, 수출 제재가 확대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책임을 묻는 강력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자유 수호를 위해 전진하는 와중에 러시아의 군 재건 시도를 무력화할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