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함성과 함께 4년 만에 재가동한 백남준 '다다익선'

2022-09-15 18:14
손상된 브라운관(CRT) 모니터 737대 중고 모니터 수급하여 수리·교체
6인치·10인치 266대 모니터 외형 유지하면서 평면 디스플레이(LCD) 교체

15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재가동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와”

거장의 대작이 1003개의 눈을 뜨자 원형 계단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감탄사가 이어졌다.

고(故)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4년 7개월 만에 재가동됐다. 최초 제막했던 1988년 9월 15일에서 정확히 40년이 지났지만 ‘다다익선’은 여전히 놀라웠고 감동을 줬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은 백남준 ‘다다익선’의 보존·복원 3개년 사업을 완료하고 15일 오후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점등 및 재가동을 진행했다.

‘다다익선’은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등 국가적 행사와 맞물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건축 특성에 맞게 기획·제작된 상징적 작품이다.

총 1003대의 브라운관(CRT) 모니터가 활용되어 백남준 작품 중 최대 규모이며, 지난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약 30년 동안 수리를 반복해오다 2018년 2월 전면적인 보존·복원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외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19년 9월 「다다익선 보존·복원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부 대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3년의 기간을 거쳐 ‘다다익선’ 보존·복원 사업을 완료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5일 열린 간담회에서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이자 과천관의 상징인 ‘다다익선’ 재가동이 전 세계 백남준 작품 보존에 대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며, “철거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원형보존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미디어아트의 보존과 복원에 관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2023년 상반기에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보존·복원은 1003대 브라운관(CRT) 모니터 및 전원부 등에 대한 정밀진단 후, 중고 모니터 및 부품 등을 수급하여 손상된 모니터 737대를 수리·교체했고, 더 이상 사용이 어려운 상단 6인치 및 10인치 브라운관 모니터 266대는 기술 검토를 거쳐 모니터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평면 디스플레이(LCD)로 제작·교체했다.

또 냉각설비 등 작품의 보존환경을 개선하고, 8개의 영상작품을 디지털로 변환·복원하여 영구적인 보존을 도모했다. 이지희 학예연구사는 “안쪽 케이블을 교체했는데 새혈관을 갖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존 처리 완료 후 6개월간 ‘다다익선’의 시험 운전을 통해 가동 시간별 작품 노후화 정도 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운영방안 및 중장기 보존 방향을 마련하였다.

현재 ‘다다익선’을 설치한 후 30년 이상 경과함에 따라 관련 기자재의 생산이 중단되고 중고 제품도 소진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다다익선’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양질의 중고 제품을 수급·진단·수리·사용하고 있으나, 수리에 사용된 중고 제품도 마찬가지로 생산된 지 적게는 수 년, 많게는 십수 년이 지나 언제든 수명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권인철 학예연구사는 “노후 돼 언제든 모니터 몇개가 꺼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다다익선’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가동시간을 주 4일, 일 2시간(잠정)으로 정하되 작품 상태를 최우선으로 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앞으로도 수시 점검과 보존 처리, 대체 디스플레이 적용성 검토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3년간의 ‘다다익선’ 보존·복원 과정을 담은 백서를 2023년 발간하여 미디어아트 보존 처리 관련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재가동 기념행사에는 1988년 진행된 제막식을 새롭게 해석한 퍼포먼스 공연(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창작그룹 노니, VOM Lab 참여)이 펼쳐졌다. 화려한 레이저 쇼와 독특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15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재가동 되기 전 레이저 쇼가 펼쳐지는 장면 [사진=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