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억 달러 손실" 美 철도 파업 코앞…인플레 악화 가능성↑

2022-09-15 16:59
공급망 마비로 인플레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

 

 화물 열차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선로 위에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철도 노조가 17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장거리 화물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화물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 미국 경제는 하루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 공급망 마비로 미국 경제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는 미국 철도 노동자를 대표하는 가장 큰 노조 2곳이 사측과 근로조건 협상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철도 업체와 노조의 긴급 회의를 주최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미국 철도 산업은 약 12만명의 종사자와 12개 노조로 구성돼 있다. 이들 노조가 모두 동의해야 파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 철도노조 기관차조합(BLET), 캘리포니아 소노마마린 철도노동자조합(SMART) 2개의 대표 노조가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들 노조에 속한 직원만 절반 수준인 6만명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노사 분쟁은 직원의 병가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노조는 본인이나 가족이 아플 때 사전 계획 없이 병가를 쓸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포인트 누적을 통해 정기 진료나 응급 상황이더라도 회사가 근로자를 상대로 최대 해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일부 업체의 '징계 출석제' 조항이 부딪히고 있다.  BLET 측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무급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양측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파업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철도업체 암트랙은 이날 모든 장거리 열차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협상에 암트랙 직원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장거리 열차 운행 시 발생할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정부는 비상 계획을 세우고 해상 운송, 트럭 운송 및 항공 운송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백악관은 식품, 에너지, 보건을 우선순위로 두고 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막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화물 운송 중 철도를 통한 비중은 약 3분의 1이다. 트럭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철도 협회는 "파업이 진행되면 매일 7000개 이상의 열차가 멈추게 되고 하루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산업계는 이동 가능한 트럭과 운전사도 충분하지 않아 대체할 수 없고 비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철도가 멈춘다면 농업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화물은 연간 엄청난 양의 곡물을 전역으로 나르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미국 농무부(USDA) 통계에 따르면 옥수수 635킬로톤, 밀 321킬로톤, 콩 257킬로톤 등의 곡물이 매해 철로를 통해 이송됐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사료 공급도 막히게 된다. 

농업 경기가 위축되고 유통이 막히면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줄지어 나온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벨라 파루키는 "철도 노동자가 파업하면 공급망이 다시 한번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철도 교통이 중단되면 공급 부족으로 제품 부족이 발생하고 물건 판매와 공장 운영 모두 차질을 빚는다. 이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 딘 베이커는 WP에 "파업이 하루이틀이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1~2주 동안 지속된다면 모든 산업이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규칙하게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도 노조가 파업이 단행되면 이는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이후 30년 만에 파업 사태가 된다. 이번 파업 사태 임박과 관련해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14일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대통령 위원회의 계약 권고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철도 업체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