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충격에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하루 사이 약 930억 달러(약 129조 2700억원)나 증발했다. 이는 역대 9번째로 큰 일일 손실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자산은 98억 달러 감소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가 추적한 자산가 중 손실이 가장 컸다.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이 84억 달러 감소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전 CEO 모두 자산이 40억 달러 이상 줄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각각 34억 달러와 28억 달러를 잃었다.
 
미국 주식 시장에 광범위한 매도세가 불면서 억만장자들이 타격을 입었다. 이날 예상보다 높은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뒤 긴축 우려가 커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3%, 나스닥 종합 지수는 5.2% 각각 폭락했다.
 
월가 주요 기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9월 0.75%포인트, 11월과 12월에 각각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연내 4~4.25%를 찍게 된다. 노무라는 연준이 내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4.5~4.75%까지 인상할 것으로 봤다. 연준이 지난 6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제시한 연말 전망치인 3.4%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준에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연준 관리라면)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해 1%포인트의 움직임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브린 캐피털의 전략 책임자인 스캇 부치타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1%포인트는 해야 한다"며 연준이 급격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500대 부자의 자산은 연초보다 약 1조2000억 달러 감소했다. 특히 저커버그 CEO는 재산의 약 54%인 683억 달러를,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재산의 64%인 약 610억 달러를 잃었다.
 
파라메트릭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니샤 파텔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은 사라졌고,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줄었다”며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