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역동성 사라진 중국 경제, 추락에 대비해야
2022-09-12 06:00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경제의 패닉을 저지하는 견인차 구실을 중국이 톡톡히 했다.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세계의 시선을 중국으로 집중시켰다. 세계의 공장이면서 시장으로서 중국 경제의 위상이 급상승,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일본은 제치고 2위 경제 대국(G2)으로 치고 올라왔다. 중국 상품 없이 살 수 없는 세계의 소비자가 늘어나고, 원자재 혹은 농축산물 공급국의 중국 공장 혹은 소비자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직·간접적으로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국가를 지구상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평가와 더불어 상당한 갈등과 잡음이 곳곳에 그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19년 말 중국발(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지만, 백신 개발 전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강력한 통제력을 동원한 중국의 위세가 대단했다. 완벽한 성공으로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갈팡질팡하는 대처로 감염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패배감이 짙었다. 10여 년 전과 같이 중국이 다시 부상하면서 미국과의 경제력 갭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세간에서 2030년이 되면 중국의 GDP 규모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예상이 코로나로 인해 3년 당겨져 2027년이 될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왔다. 위기 대처 능력이 민주주의보다 사회주의 체제가 더 낫다는 이념적 우월성을 중국이 은연중에 외부 세계에 내비치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던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감염 사례가 속출한다. 엔데믹(일종의 풍토병)으로 넘어가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음 달 시진핑 3연임 대관식을 앞두고 기존의 방역 체계를 수정하지 않고 고수하고 있지만,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봉쇄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호재가 되기보다 악재가 되는 양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위안화 가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경기의 척도인 PMI(제조업 구매자 관리지수)는 두 달째 50을 넘지 못하는 형편이다. 내수마저 부진하고,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주저앉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후퇴하고, 비관적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판이다.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중국의 국내 총생산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기를 2033년으로 늦추는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그나마 이것도 연평균 4% 중반의 성장을 한다는 가정에서 제시된 것이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실패를 모르던 중국 경제에 최근 몰아치고 있는 후폭풍이 절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경제가 나빠지면 몸속에 퍼져있던 고름이 터지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과도한 부채, 그림자 금융 등 회색 코뿔소의 병색이 겉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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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후퇴, 단기적으로 위협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회도 있어 반사이익 챙겨야
관전 포인트는 가을에 있을 시진핑 3연임 이후 나타날 중국 경제의 향방이다. 그들의 의도된 선택이 옳은 길인지, 아니면 틀린 길인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을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벌인 무리한 수들이 지금 중국의 시대 정신과 맞는지 두고 볼 일이다. 팬데믹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난 2년 10개월 기간 동안 중국이 처한 상황은 더 악화하였다. 숨을 죽이고 있지만,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고, 외부에는 중국 편에 서기보다 등을 돌리는 국가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우등생이 되기보다 평범하거나 열등생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체제의 우월성이 도리어 발목을 잡으면서 부작용이 속출한다.
문제는 경제의 역동성이다. 고도성장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고 중속 또는 저속 성장의 트랙으로 들어서면서 예전 같지 않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위상은 흔들린다. 완제품 공급국의 위치가 흐트러지면서 이를 동남아가 빠르게 낚아챈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궤도 이탈이 심각해지고 있다. 기술 굴기를 통해 홀로서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신(新)기술과 기존 핵심 기술의 불균형에서 오는 딜레마가 커 보인다. 수출보다 내수를 살리려는 정책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외부 충격에 내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일시에 바꾸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경제와 단절된 중국 경제가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추락,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이다. 이는 미국에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크나큰 충격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치고 올라온 ‘중국의 속도(China Speed)’에 제동이 걸릴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결국은 상당수 국가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번질 수도 있다. 이는 중국에 최악이다. 아직 확연하게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위기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너무 일찍 패권의 칼을 빼든 중국에 자충수가 되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궁지에 몰릴수록 중국은 다시 발톱을 감추면서 강경한 행동을 자제하는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아직 성급한 판단이긴 하지만 중국의 추락을 대비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위협이긴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의 후퇴를 예견하면서 우리가 찾아야 할 반사이익을 챙겨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