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에너지도 곡물도 안 돼"…인플레에 또 불 지피나

2022-09-09 01: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 공급을 무기로 휘두르며, 또다시 인플레이션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 본회의 연설에서 “흑해에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대부분이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닌 유럽연합(EU)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며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싣고 출항한 선박 87척 가운데 단 2척만이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로 갔다”며 “이들 국가가 받은 곡물은 전체 수출 곡물량인 200만 톤(t) 가운데 3%에 해당하는 6만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튀르키예(터키)와 곡물을 운송 받을 수 있는 국가를 제한하도록 협정을 수정하는 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12월물 밀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6.9%까지 치솟는 등 곡물 가격이 들썩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 식량 가격은 치솟았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며, 식량 가격은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에너지 시장도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는 석유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우리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스, 원유, 석탄, 휘발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 가격상한제에 참여하기로 한 나라들에 향해서는 “굉장히 멍청한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2일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로, G7과 EU는 12월 5일께 해당 제도를 시행하는 게 목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위원장은 이날 “유럽이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했다”며 “러시아는 신뢰할 수 없는 공급국이며 에너지 시장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소비자들을 돕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