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보 前권익위원장 "뇌물죄 무죄? 청탁금지법은 피해갈 수 없다"
2022-09-06 15:07
사문화된 법 비판에..."죄의식 없이 향응 제공받는 관행 없애야"
"우리나라 경조사 부조금 문화도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 있어"
법무법인 동인 대표..."인화(人和) 기반 의뢰인과 커뮤니케이션"
"우리나라 경조사 부조금 문화도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 있어"
법무법인 동인 대표..."인화(人和) 기반 의뢰인과 커뮤니케이션"
정(情)이 오가는 명절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법안이 있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하면서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알려진 청탁금지법은 사실 후임자인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성보 법무법인 동인 대표(66·사법연수원 11기)가 정부 부처 의견 조율을 거쳐 국회 통과를 이뤄낸 법률이다.
제정일 기준 올해 만 7살 된 청탁금지법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 특유의 정(情) 문화는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으로 나아가 현대에 와서는 끈끈한 관계 유지를 위한 접대와 각종 부정부패로까지 진화했다. 청탁금지법은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미운 오리 새끼'다.
도입 과정에서부터 '과잉 입법' '언론 재갈 물리기'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을 뚫고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문화된 법'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법'이란 조롱과 우려가 적잖다. 이 대표는 "현실은 처음 법이 제정될 때 열망과 달리 국민들 관심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마디로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그대로 놔두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향응을 제공받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법을 만들었다"며 "제대로 시행되면 당연히 공정한 사회로 가는 토대가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은 부패지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라고도 강조했다.
청탁금지법은 지금 어엿한 법안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가성 없어 '뇌물죄'로 의율할 수 없는 향응 수수에 대해 청탁금지법은 단호한 태도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직무 관련성이니 대가성 등 뇌물죄 입증은 굉장히 어렵다"며 "뇌물죄는 무죄일지라도 청탁금지법으론 유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청탁금지법을 통해 공정사회가 제대로 확립하려면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법률 하나 제정한다고 해서 우리 곁에 다가오지 않는다. 지도층이나 공직자 등은 물론 전 국민에게 잠재돼 있는 부패의식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던 경조사 부조금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15년 3월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개최된 반부패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통해 청탁금지법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에게 많은 질문과 찬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가 향상됨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동반 상승한다"며 "이 법이 시행된 이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판사와 권익위원장, 밟아온 길에 두둑이 쌓인 값진 경험을 활용해 그는 현재 법무법인 동인 대표로서 인생 2막을 걸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동인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로 첫걸음을 내디뎠고, 형사송무사건을 중심으로 발전해오다 2004년 이후 법원장, 부장판사 등 법관 출신 구성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민사, 행정, 가사 송무사건 분야도 강점을 가지게 됐다"며 "구성원들 상호 인화(人和)를 기반으로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신뢰를 구성원 모두가 마음에 새겨두고 일을 하는 것이 동인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인은 공익업무만을 전담하는 변호사를 두고 공익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무료법률상담, 공익소송 수행, 학대 아동과 가출 청소년,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비롯해 난민·이주민 권리 보호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고 꾸준히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