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60원도 뚫었다..."13년 4개월 만에 최고"

2022-09-02 16:11
2일 1362.2원 마감...전일 대비 7.7원↑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주가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년 4개월여 만에 136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7원 오른 달러당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사진=연합뉴스]

2일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60원을 돌파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고환율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중국 경기 침체 우려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현재 진행형이어서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356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2분 만에 1357원까지 치솟은 후 1353원까지 내렸다가, 장이 마감되기 전인 오후 3시 16분경 136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36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4월 21일(고가 기준 1367원) 이후 약 13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위원들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이어간 이후부터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자,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금이 대거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비트코인은 하락세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5일 2900만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잭슨홀 회의 이후 27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 8월 고용·제조업 지수가 시장 전망보다 호조를 보여 환율 상승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제조업 지표가 양호하면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5000명 감소한 2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3주 연속 줄었다. 또한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이 또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는 주간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된 가운데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계속되면서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날 한국의 8월 무역적자가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적자로 국내에 유통되는 달러가 줄어들면 그만큼 달러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수출이 부진하면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돼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66억7000만 달러, 수입은 661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94억7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이다.
 
이외에 위안화 약세도 환율 급등 요인이다. 위안화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중국 부동산 업황 부진, 60년 만의 폭염 등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 가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환율이 오른다는 건 원화 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입 물가가 오르는데,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불러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한국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고환율이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이는 금리인상,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미 긴축 기조 강화, 중국 경기 침체, 고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등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대외 악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내 여건 변화도 중요하지만 환율이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9월 중 대기 중인 각종 이벤트의 리스크 해소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