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열전①] 한 달 새 매출 300% 뛴 생활공작소...비결은 '더하기 아닌 빼기'

2022-09-02 07:00
화려함보단 심플함으로 승부한 생활공작소 디자인팀 인터뷰

생활공작소 디자인팀의  최승오 팀장(왼쪽부터), 이하영 주임, 민경원 사원, 권승재 사원. [사진=유대길 기자]

생활공작소가 창립 8년 만에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 달 사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자사몰 기준 매출이 272% 증가하는가 하면, 신규 가입자 수도 500% 가까이 상승했다.

비결은 디자인에 있었다. 창립 이후 대대적으로 단행한 브랜드 및 자사몰 리뉴얼 등이 TVC 캠페인과 맞닿으며 시너지 효과를 불러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1일 아주경제와 만난 생활공작소 디자인팀은 “화려해야지만 눈에 띄고, 소비자의 눈에 띌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언제나 그랬듯 화려함보단 저희만의 색깔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것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문을 연 생활공작소는 주방·청소·위생용품 등 실생활에 필요한 소비재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이다.

생활공작소는 창업 초기부터 남달랐다. 화려한 컬러와 인쇄물을 부착해 판매하는 타 소비재와 달리 화이트와 블랙 컬러만을 활용한 단순한 로고와 제품 디자인을 선보여 생활용품에 대한 새로운 지표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디자인 표절 상품들도 대거 늘어났다. 심지어 제품명을 제외하곤 육안으론 디자인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제품들도 시중에 즐비하게 됐다.

그럼에도 생활공작소 디자인팀은 브랜드만의 감성을 놓지 않았다. 이번 대대적인 리뉴얼 과정에서도 오히려 더하기보단 빼기를 택했다. 디자인팀을 총괄하는 최승오 팀장과 온라인 마케팅 디자인 전반을 함께한 이하영 주임을 만나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6명 전원이 함께한 생활공작소 디자인팀. 왼쪽부터 권승재 사원, 최승오 팀장, 김제현 대리, 이하영 주임, 민경원 사원, 박지원 대리. [사진=생활공작소]

 
- 먼저 간단하게 팀 소개와 팀 내 각자 역할을 말해 달라.
 
“저희 팀은 생활공작소 내·외부 고객접점에 있는 온·오프라인을 다 관리하고 있다. 제품 용기 및 라벨 디자인부터 온라인 배너와 자사몰 디자인까지 모두가 우리 디자인 팀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고 보면 된다.

굵직한 프로젝트 성격에 맞춰 담당자를 나누긴 하지만 팀 내 업무 분담이 명확하게 나눠진 것은 아니다.

디자인팀은 저 포함 김제현 대리, 박지원 대리, 이하영 주임, 권승재 사원, 민경원 사원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늘은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 저와 이하영 주임만 참석하게 됐다.”(최승오 팀장)
 
- 설립 8년 만에 재단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감사하게도 다른 생활용품 기업 대비 생활공작소가 회사 운영 기간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브랜드 전반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특히 최근 브랜드 투자 유치부터 해외진출, 제품 카테고리 확장 등의 이슈까지 겹쳐 지금이 브랜드를 재단장하기 가장 좋기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5월부터 차근차근 리뉴얼을 준비해 왔다.”(최승오 팀장)
 

최승오 생활공작소 디자인팀 팀장(오른쪽)과 이하영 주임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 어떤 디자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나.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생활공작소 브랜드 제품이 100~200개 정도 되다 보니 그 안에서 제품의 사이즈도 다양하고 제품 용기도 다 달랐다. 사업 초기엔 디자인 기준이 없이 디자인하다 보니, 제품을 모아놨을 때 어떤 제품에는 제품명이 크게 들어가거나 작게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종이도 통일되지 않아 어떤 단박스는 미색을 띠기도 했다. 이런 디테일적인 차이를 통일하고 싶었다.” (최승오 팀장)

“자사몰 역시 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래도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다 보니 배너가 기존 브랜드 톤하고는 맞지 않게 형형색색으로 디자인돼 있는 등 통일성이 없었다.

중구난방이던 상세페이지도 다듬고 제품 사진 가이드도 새롭게 정립해 지금은 훨씬 가독성이 높아지고 ‘심플함’이라는 생활공작소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이하영 주임)
 
- 브랜드 리뉴얼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했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에게 생활공작소만의 브랜드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부서에서는 화려한 컬러나 일러스트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눈에 띄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화려함을 덜어내고도 눈에 띄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하영 주임)

“저희 브랜드만의 철학과 모토를 고객들에게 가감 없이 충실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다 비슷한 디자인 같지만, 레이아웃이나 단 배치들도 디자인적인 엣지를 고려해 미세하게 바꿨다.

깨끗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부과하기 위해 서체도 기존 명조계열에서 고딕계열로 변경해 섬세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외에도 해외 진출을 고려해 제품명 하단에 영문명을 직관적으로 새기고, 제품 용기 모양도 취급하는 제품에 따라 하나하나 각도를 재며 디자인을 완성했다.”(최승오 팀장)
 
- 브랜드 리뉴얼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디자인으로 인한 어려움은 당연한 과정이라 무리 없이 지나갔다. 감사하게도 대표님과 임원진들도 디자인팀의 의견을 적극 따라주셨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된 기존 사각형 로고를 변경하는 게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브랜드명을 감싸주는 사각형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임직원들이 반대로 우리 팀에게 ‘굳이 검은 사각 배경을 빼야 하냐’, ‘이걸 놓고 다른 것만 변경하면 안 되냐’ 등의 의견을 내며 설득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로고를 바꾸지 않고 가려니 변화의 폭이 너무 얕았고, 그래서 정말 어렵게 임직원들을 설득해 지금의 새로운 BI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지금은 그때 반대했던 임직원들도 바뀐 BI가 훨씬 세련되고 깔끔하다고 좋아한다.”(최승오 팀장)
 
- 리뉴얼 이후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깔끔하고 세련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주변에서도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고 예전보다 디자인적인 질이 더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디자인 변경 후 제습제, 핸드워시, 주방세제 등 주력 제품 라인의 판매가 더 잘되고 있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 이후인 6월 자사몰 판매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71%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는 272% 증가했다.”
 
- ‘디자인 표절’ 논란도 많아 브랜딩 시 이 부분도 고려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저희 디자인이 특별히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넣지 않다 보니 다른 기업에서 많이 따라 하기 쉬운 구조긴 하다. 그래서 이번 리뉴얼 과정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하니까 우리의 정체성을 버리고 화려함이나 새로운 그래픽을 넣어야 하나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논의 결과 우리만의 감성을 가지고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소비자가 생활공작소만의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는데,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걸 저버릴 수가 없었다.”(최승오 팀장)

-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안다.

“제품 용기 및 라벨 종이 등을 친환경 제품으로 전부 변경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아직 적용이 안 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친환경 제품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저희가 기본을 지키고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친환경을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회사 관계자 모두가 공감했다.

하지만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존 페트 소재보다 재활용 소재가 단가가 훨씬 높았다. 제품에 부착하는 라벨 종이도 변경했다. 제품력도 고객의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만, 우리 브랜드 제품을 받았을 때 느끼는 첫 종이의 촉감에서도 브랜드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격 단가가 올라가도 리뉴얼 시 전체적으로 제품을 손보길 희망했고, 여러 유관부서를 설득한 끝에 이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최승오 팀장)

- 생활공작소가 지속해서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는.

“생활공작소는 앞으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디자인팀은 그 과정에서 저희만의 브랜드 톤을 잃지 않도록 힘쓸 거다. 소비자들이 깔끔한 디자인을 보면 생활공작소를 떠올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최승오 팀장)

“생활공작소 참 디자인 잘한다는 생각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제품 패키지 등을 통해 저희가 보여주고자 하는 디자인 방향성을 소비자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깔끔한 디자인을 보면 생활공작소를 떠올리길 희망하며 더 친근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이하영 주임)

- 끝으로 팀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제품 브랜딩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맡아서 진행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생활공작소는 제품 개수가 너무 많은 데다가 외주 디자인팀까지 거의 쓰지 않아 디자인팀이 디자인 외의 업무까지도 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도 했다.

한 명 한 명 내공이 있는 디자이너임에도 사소한 일까지 시켜서 미안했고 싫은 티 안 내고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맙다.”(최승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