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고용 실태] "3년 배 타느니 군대 가겠다"···해운업계, 매년 800명 떠나 인력난 비상

2022-09-01 05:05
병역특례 3년, 18개월 군복무 보다 길어
선원 임금 인상률 국내 평균도 못미처

매년 800여 명의 선원이 배에서 내리면서 해운업계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인해 해운사들의 인건비 인상 여력은 없고, 선원들에 대한 처우나 법적 제도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선원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 중인 선원 수는 3만2510명으로 3년 전(3만4123명)과 비교해 4.73%(1613명)가 감소했다. 연평균 800명의 선원이 배에서 내리는 셈이다.

같은 기간 해기사 면허소지자는 14만7936명에서 16만18명으로 8.17%(1만2082명) 늘었는데, 해기사 면허를 갖고도 배를 타고자 하는 인원은 크게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젊은 층은 늘었으나 실제로 승선을 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해운업계는 젊은 층의 승선 거부 원인 중 하나로 개선없는 병역특례를 꼽는다. 해기사 면허소지자는 ‘병역법’에 따라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군 복무 대체가 가능하다. 해기사는 다른 병역특례요원과 다르게 예비역으로 분류되며 비상시 해군전력 충원을 위한 훈련도 받게 된다. 기간은 36개월로 이 법이 제정된 후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반면 육군 기준 복무기간은 2003년 24개월에서 2020년에는 18개월까지 줄었다. 승선근무예비역의 근무 기간이 정상적인 군 복무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직업선택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의 승선근무예비역 선택이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승선근무예비역을 복무한 A씨는 “예비역 기간이 끝나고 선원의 길을 포기했다”며 “군 복무를 대체하기 때문에 처우 등에서 낮으며, 부당한 처사도 종종 일어난다. 동기들을 만나봐도 차라리 군대를 다녀오겠다며 중간에 포기한 인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굳이 배를 타겠다면 해외 선사를 선택하겠다는 목소리도 많다. 국내 해운업계의 낮은 임금 인상 폭이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 선원들의 월평균 임금은 496만9000원으로 5년 전(460만2000)과 비교해 7.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임금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이 12.51%인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낮은 임금 인상률에도 선원법은 선원들의 파업을 제한하고 있어, 회사와의 본격적인 협상도 못 해보는 것이 현실이다.

24시간 선박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의 입장에서는 타 직종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해운업계는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부채율이 증가하고,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면서 임금 인상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해운업계 호황은 그동안의 불황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라는 게 1, 2년 바짝 벌고 5, 6년을 버티는 것이 특성”이라며 “불황 당시에는 배를 움직이고 손해를 봤다. 그 시기에는 선원 급여를 낮추거나 지연시킬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황이 좋다고 하지만 이때 비축하지 않으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큰 폭의 임금 인상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선박 안전시설 투자 및 선원 관리 비용도 증가해 임금 인상 여력이 더욱 줄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는 선원 처우 개선 등에 무관심한 모양새다. 해운업계 인력난에 대한 대책도 교육시설을 늘리거나 신설하는 등의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M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