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잃은 공직사회] 월급 168만원에 폭발한 공무원…'평생직장' 옛말

2022-09-01 07:16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최저임금 191만원보다 적어
내년도 1.7% 인상 그쳐…최저시급 인상분 밑돌아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30일 서울 국회 앞에서 2023년도 공무원보수 실질삭감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올해 말 8급 승진을 앞둔 9급 공무원 커플은 고심 끝에 결혼을 포기하기로 했다. 수당을 포함해도 두 사람의 월 수입이 400만원 안팎에 불과해 생활비와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연금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공직사회가 급속히 활력을 잃고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낮은 장래성뿐 아니라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맞물린 탓이다. 지난해에만 재직기간 5년 이내의 공무원 조기퇴직자가 1만명이 넘어서며 공직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기간 5년 이내 퇴직자는 1만69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30대가 8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직의향의 이유' 항목에서 재직기간 5년 이하 공무원의 51.4%가 '낮은 보수'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기본급 기준)은 168만원으로 최저임금 191만4440원(시간당 916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도 보수 인상률도 긴축재정을 이유로 1.7%로 결정됐다. 이에 따른 9급 1호봉 월급은 171만5170원에 그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5.0% 상승한 201만580원으로 결정된 것을 고려하면 9급과 8급 공무원의 내년 보수 역시 최저임금을 밑돌게 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인상률이 2021년(0.9%)과 올해(1.4%)에 이어 내년까지 1%대에 그치면서 실질임금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년간 실질임금이 4.7% 삭감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는 물가 인상률이 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공직 안팎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조기퇴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던 과거에는 정년 보장과 연금이 유인책이 됐지만 2016년 이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역전되면서 연금도 공무원의 혜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저연차 공무원을 중심으로 5년 미만 조기 퇴직자가 급증한 상황에 대해 정부에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청년 세대 우수 인재들이 공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