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OTT 경쟁 역학의 변화와 이용자의 선택

2022-08-30 14:46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 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는 이용자는 광고를 봐야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7.99 달러였던 월 이용요금을 10.99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다. 요금제 변경, 광고제 도입은 디즈니플러스만 가지고 있는 계획이 아니다. 넷플릭스도 2022년 2/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저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Neflix (2022). FINAL-Q2-22-Shareholder-Letter.). 이와 관련해서 오리지널 신작 영화 콘텐츠에 대해서는 광고를 도입하지 않는 방안 등 광고 도입에 대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광고 도입 여부는 넷플릭스가 2007년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잊을만하면 등장했던 쟁점이었다. 광고 도입은 넷플릭스가 표방하는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조와 배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하는 것에 이용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아직까지 넷플릭스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할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SVOD를 대표하는 사업자가 된 것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레거시 방송과는 다른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편성을 비롯해서 레거시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제약을 넘어서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왔다.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편성 시간 등 제약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형식과 내용 측면에 있어서 창의성을 보여 왔다. 또한, 기존 방송에서 제공되던 콘텐츠들도 넷플릭스에서 이용하게 되면 광고가 없고,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우수한 UI/UX를 활용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은 다른 SVOD 사업자들에게도 참조할 수 있는 준거로 작용해 왔다. 2019년을 전후로 디즈니와 애플을 비롯해서 콘텐츠 산업이나 단말기, 플랫폼 생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거인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했고,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OTT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같이 성장하는 양상으로 시장의 흐름이 전개되어 왔다.
 
2022년에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성장해 왔던 OTT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감소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OTT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하겠지만 성장의 폭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수밖에 없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OTT를 비롯해서 동영상 플랫폼 산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콘텐츠 확보에 필요한 수급 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SVOD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져 과거만큼의 가입자 순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수익 모델이 창출이 절실하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를 포함한 SVOD 사업자들이 광고제 도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자 하는 이유다.
 
이용자 입장에서 광고 요금제 도입은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과 콘텐츠 이용시 광고를 봐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변화다. SVOD 도입 초창기 비교적 단순했던 요금제는 과거보다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OTT 플랫폼들이 오리지널을 포함한 독점 콘텐츠로 승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들은 광고를 보는 불편을 감당하더라도 비용 부담을 줄이고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요금제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패키징이다. OTT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매우 다양하다. 넷플릭스나 왓챠같이 OTT 사업이 본원적인 영역인 사업자들도 있지만 레거시 미디어들 뿐 아니라 미디어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지 않은 사업자들도 OTT 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 경우 중요한 지점은 OTT 사업을 통해 사업의 영역을 넓히는 것과 더불어 자신들이 가진 본원적인 사업 영역과 OTT 영역의 시너지 창출 방식이다. OTT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사업자 간 기업결합도 이종의 사업자 결합 시 물리적인 차원의 시너지와 화학적인 차원의 시너지를 어떻게 창출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기업결합이 아니더라도 제휴를 통해 이용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고자 하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 진출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 OTT 사업자들도 콘텐츠 수급을 비롯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해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OTT 산업의 진흥과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로컬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OTT 사업자들의 자체등급분류 도입과 관련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8월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투자는 사업자의 몫이지만 제도를 합리화하여 사업자들의 긍정적인 혁신을 유도해 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자체등급분류 제도 도입뿐 아니라 세액공제 등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글에서 다룬 요금제 변경, 패키징 이외에도 향후 OTT 시장의 경쟁 역학 변화에 미칠 변수는 다양하다. OTT 시장 변화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주체는 결국 이용자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에 이용자는 과연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