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에서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이번 정부 목표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된 원전 생태계 회복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업체인 ASE가 수주한 프로젝트는 총 300억 달러 규모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VVER-1200 4기를 건설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기자재 공급과 함께 터빈 건물 등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5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러시아 ASE 부사장과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2017년부터 발주사와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올 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와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며 계약이 일부 지연됐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이번 수주와 관련해 주계약자가 러시아 업체라는 점에서 미국 측 입장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노형을 수출했던 바라카 원전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러시아 업체가 주 원자로 건설을 맡고 한수원은 이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터빈 부문을 담당하는 만큼 대러시아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인 성과"라며 "올 7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하고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원전 정책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계약 성사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체코, 폴란드 등이 한국 원전에 대해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원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원전 수출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 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는 13년 만에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이라는 성과와 함께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한 이번 정부의 원전 관련 첫 수주라는 의미를 갖는다. 또 UAE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에서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체코·폴란드 등 중점 수주 대상국에도 수출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UAE 바라카 원전 협력이 중동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된 것과 같이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경험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몇 년간 수주 일감 절벽에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기자재와 시공 업체에 일감을 공급해 원전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관련 기자재 업체와 공동으로 이집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원전 업체에대해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올 9월 사업 설명회를 열고 기자재 계약에 나선다. 

산업부는 엘다바 프로젝트 수주가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건설 착수와 발주가 본격화하기 전 일감 창출에 가교역할을 하면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에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인 건설단가와 100개 이상 국내 기자재 업체로 구성된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On-time, On-budget)해 전 세계 발주처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 업계가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원에 나선다.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체코·폴란드 등 국가들에 고위급 세일즈 외교 전개, 국가 간 협력사업 연계 등 정부 노력을 강화해 추가 수주를 지원할 방침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번 수주로 국내 100여 개 관련 기자재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높아지면서 원전시장이 열리고 있어 추후 수주전에서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