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폭증인데 인력·예산 감축?"…국책금융기관, '정부 혁신안'에 부글부글

2022-08-22 15:49

금융노조 국노협이 22일 오전 11시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철회 및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금융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금융노조]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일선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가뜩이나 코로나에 따른 금융지원 수요가 늘면서 업무량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효율성을 명분으로 기관 인력 축소와 예산삭감 등을 화두로 들고 나오며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국책금융공공기관을 관할하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아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노동조합 국책금융기관노동조합협의회(국노협)는 이날 오전 금융위가 소재해 있는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기획재정부가 요구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과 그에 따른 금융위의 제출 요구에 황당함과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 속에서 헌신해 온 국책금융기관들을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해 온 이면에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고객을 끊임없이 응대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있었다"면서 "특별한 보상 없이 사명감으로 헌신해왔는데 이제 와 인력감축, 예산삭감 등을 담은 '억지정책'을 밀어붙이며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재완 신보 위원장 역시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코로나 기간 동안 4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30조원이 넘는 추가지원 업무를 쉴 새 없이 수행했다"며 "그러나 노력에 대한 격려는 커녕 정부 압박과 부당한 정책에 허탈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위원장은 일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지적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오로지 효율성만 강조해 민간의 투기자본에게 공공의 재산을 팔아넘기는 혁신가이드라인 정책은 명백히 국민 이익에 반하는 실책"이라며 "더구나 정책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다중채무자와 구조조정 기업 등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거나 이미 실패한 국민을 위해 한창 막중한 역할을 펼치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팔다리를 잘라내는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뿐만 아니라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에서도 금융업권의 역할과 특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금융권은 공공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방역의 최전선에서 막중한 역할이 있다"며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별도로 움직여서 인건비와 예산, 인원에 대해 자율성 갖고 하도록 예외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관리체계’에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보건의료업계와 달리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수장으로 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 정부 정책에 대해 한마디도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며 국책금융기관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태 캠코(자산관리공사) 노조위원장 역시 "금융위가 기재부의 시녀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면 주체적으로 금융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